경제·금융 보험

생보사 M&A 봇물 터지나

ING·KDB 등 줄줄이 매물로

산업은행이 지난 5일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면서 그동안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요 보험사 매물로 회자돼온 알리안츠·ING·KDB·PCA 등 생명보험사 4곳의 매각작업이 모두 본궤도 올랐다. 이미 중국 안방보험이라는 새 주인을 만난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다른 생보사들의 매각도 성사될 경우 국내 생보업계 M&A 시장에 봇물이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 자본 가운데는 매수자로 선뜻 나서는 곳이 거의 없어 모든 매물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이슈와 저금리 추세 심화, 장기불황 등으로 생보사 매물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매매가격도 매도자 측의 기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6일 보험·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생보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2012년 녹십자생명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넘어간 데 이어 데 이어 2013년 ING생명,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2015년 동양생명 등이 새 대주주를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M&A 행렬에도 여전히 생보사는 국내 M&A 시장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현재도 새 주인 찾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알리안츠생명·ING생명·KDB생명·PCA생명 등 4곳이나 되며 시장 추이를 지켜본 후 매물로 나올 생보사도 다수로 알려졌다.


이 중 현재 M&A 성사가 유력한 곳은 알리안츠생명 한 곳뿐이다. 3월 ‘35억원 헐값 논란’ 속에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이 지난달 말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 심사를 신청하고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ING생명·KDB생명·PCA생명 등은 아직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IFRS4 2단계 등 새로운 이슈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경기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M&A에 선뜻 나서는 국내 큰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보험사 매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대부분 중국 금융자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자본에 넘어간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유럽의 새 보험 건전성 감독 기준인 솔벤시Ⅱ라는 부정적 이슈 속에서 동남아 시장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면서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알리안츠그룹은 올 초 중국 안방보험에 시장 예상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알리안츠생명을 넘기고 필리핀·인도네시아·중국 시장 개척을 선언했다.


반면 ING생명이나 KDB생명의 경우 현재 대주주들이 제값 받기를 강력히 희망해 M&A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5일 2년 만에 매각작업이 재개된 KDB생명의 경우 2010년 금호생명(현 KDB생명) 인수 당시 출자한 주주들이 차익은커녕 손실이라도 면하기 위해서는 최소 매매가격이 8,500억원은 돼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매물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두 차례의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된 후에도 시장의 시선을 끌 만한 매력을 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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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일단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다음달 13일까지 관심 후보자들로부터 예비입찰 서류를 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매수의사를 보이는 후보들에게 요약투자설명서(TM)를 배포하고 비밀유지확약서를 체결하면 예비입찰안내서(IM) 및 투자설명서 등을 제공한다.

현재 가장 큰 보험사 매물인 ING생명은 올 초 일찌감치 매각작업에 나섰지만 여전히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인수 후보자 간 경매호가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으며 관심을 보이는 곳은 JD캐피탈·푸싱생명·타이핑생명 등 모두 중국계다. 경매호가 방식은 매각진행 상황을 인수 후보자들이 서로 알게 해 매도자 측에서 더 유리한 가격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인수 후보들이 가격을 내리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MBK파트너스가 희망하는 매각가인 3조5,000억원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은 현재 가치만 반영된 가격”이라며 “매수 희망자들은 이와 달리 미래 가치를 더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본확충 부담 등을 고려해 매수 후보들이 가격을 떨어뜨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새 주인이 가시화한 곳은 영국 푸르덴셜그룹의 한국법인인 PCA생명이다. 총자산도 5조2,600억원 정도로 ING생명이나 KDB생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변액보험과 해외투자에 강점이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엑셀시어캐피털 등 홍콩계 자본이 M&A 경쟁에 뛰어들면서 PCA생명 역시 중국계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대 들어 생보사 M&A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점점 상황이 매도자 측에 불리해진다”며 “더불어 중국 보험시장의 성장으로 실탄이 풍부해진 중국 보험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한국 보험시장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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