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3만원 맛집 리스트' 만들고...車업계 기자동반 출장 잇단 취소에 외국계 본사 "무슨일이냐" 묻기도

[핫이슈]김영란법에 바뀌는 홍보문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입이자 귀 역할을 하던 홍보담당자들은 달라진 시대에 맞춰 새로운 홍보를 위한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은 최근 이달 28일로 예정된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3만원 이하 맛집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홍보실에 요청해 서울 광화문·여의도·마포 등에 있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 4~5곳씩 총 30여곳 이상 추천을 받았다. 최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끼 식사의 행복’ 등도 참고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주요 임원들이 기자들을 만날 때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다 식당들을 알아보게 된 것”이라며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고 내부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 홍보실은 10월에는 가능하면 점심 약속을 잡고 있다. 임원들은 주말 골프 약속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시행 후 두 달 정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을 안 할 수는 없어서 낮 시간에 점심을 두 번 먹거나 티타임을 길게 갖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주요 언론사 임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 것 같아 새로운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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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직원 교육에 나서는 곳도 많다.

SK하이닉스는 6일 분당 정자동 사무실에서 홍보 및 대외업무 담당자를 중심으로 김영란법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를 초청해 주요 케이스 등을 설명하고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소개했다.

자동차 홍보 업계도 발 빠르게 김영란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와 연관되는 시승차 운영 방식이 가장 큰 고민이다. 현대·기아차는 시승차 운영 방식 변경을 검토 중이다. 한국닛산은 최근 법무법인 김앤장에 자문을 받아 김영란법 시행 이후부터는 주말 및 2박 3일 일정 시승을 24시간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우디는 오는 9월28일 이후부터는 운영하지 않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미 시승차 운영을 중단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역시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당분간 시승차를 운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포드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았고 도요타·혼다 등의 업체들도 고민 중이다.

출장을 취소한 곳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1월 독일에서 열 예정이었던 글로벌 미디어 행사 출장을 잠정 취소했다. 벤츠 독일 본사에서는 한국만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슨 일인지 문의하기도 했다. 독일 벤츠 본사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브리핑을 별도로 요청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는 11월 말로 예정돼 있던 ‘디자인 마이애미’ 행사에 라이프스타일 잡지 등을 중심으로 출장을 계획했지만 취소했다. 10월 파리모터쇼 역시 대부분 업체가 출장을 가지 않을 예정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기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신차 출시 행사 등에도 참여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워진 상황”이라며 “새로운 홍보 방식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업체들은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보인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매뉴얼이 아직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15년 경력의 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단순히 저녁 약속을 점심으로 바꾸고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올지는 의문”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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