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 과잉공급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이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영 철강사 바오터우강철이 최근 용광로 폐쇄작업을 시작했고 중국 2위 철강업체 바오산강철도 최근 올해 400만톤 규모의 설비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7일 시나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네이멍구자치구에 위치한 바오터우강철은 지난달 31일 주요 생산설비 중 하나인 연산 133만톤 규모의 2호 고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인민망은 중국 철강업체 10위권에 드는 바오터우강철의 2호 용광로 폐쇄가 중국 당국이 철강산업 공급개혁에 나선 후 가장 큰 규모의 철거작업이라고 전했다. 바오터우강철은 이번 2호 용광로 폐쇄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400만톤을 감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 6월 우한강철과의 합병계획을 발표한 중국 2위 철강사 바오산강철도 올해 안에 400만톤 규모의 설비를 폐쇄할 방침이다.
동북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 철강업계의 감축일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헤이룽장성 정부는 지난달 ‘철강 과잉생산 해소방안’을 공개하고 오는 2020년 말까지 제강생산 능력 610만톤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산량은 헤이룽장성 6개 국유 철강기업의 연간 생산능력 1,722만톤의 약 3분의1에 해당한다. 지린성도 최근 중국 5위 철강업체인 서우두강철의 70톤 규모 전기용광로 가동을 중단시켰다. 지린성은 전기용광로 중단으로 연간 60만톤의 철강 생산량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랴오닝성은 안산강철그룹 등 지역 철강기업의 생산량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철강업체들의 개별적인 감축 노력과 별도로 메이저 업체들의 합병을 통한 통폐합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6월 중국 2위 바오산강철과 6위 우한강철이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8월에는 중국 1위 철강사인 허베이강철이 서우두강철과의 전격적인 통합안을 내놓았다. 메이저 4개 업체의 합종연횡으로 중국 당국은 자국 철강업체들을 북부강철(허베이+서우두)과 남부강철(바오산+우한) 등 각각 세계 2위와 3위의 양대 철강업체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국이 이번 통폐합 이후 군소 철강회사들을 양대 철강회사에 흡수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관측했다.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자 그간 구조조정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국내 철강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악화했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연초 톤당 40만원 수준이던 중국산 철근 국내 유통가격은 45만원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국내산도 45만원에서 52만원 수준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철근뿐 아니라 스테인리스(STS)·열연 등 여타 철강재 가격도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과거에도 철강 과잉설비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생산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순증했다”면서 “중국의 철강설비 감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한재영 기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