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절벽 온다"...경쟁력 강화 위해 뭉치는 지방대들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입학 정원보다 줄어드는 ‘입학 절벽’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방 대학들이 상호 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교육시설·강좌·교수진 등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각각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공동 투자를 통해 새로운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등 파격적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산의 사립대학인 경성대와 동서대는 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경성대·동서대 협력시스템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합의한 협력 분야는 문화콘텐츠 특성화,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 설립·운영,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센터 구축, 벤처창업 아카데미 운영, 대학원 전공교과 협력, 기독교 공동체, 대학 인프라 공유 등 8개 항목이다. 두 대학은 8대 과제별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구성해 이번 2학기 동안 공동 교양교육 교류, 글로벌 프로젝트 등 각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확정하고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대학 간 일부 강좌를 공유해 학점을 인정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투자예산 자체를 공동 수립하고 운영하는 등 학교 자산의 인적·물적 공유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등록금 동결과 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 대학들이 시설투자나 고가 장비 구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화하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입학 희망자는 매년 감소해 오는 2019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은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협력체계가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혈 경쟁에 다른 중복 투자로 교육의 질이 희생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 역시 “두 학교 간 협력은 대학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 정도가 아니라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한다”며 “경쟁력이 강화되는 성공모델을 만든다면 이 같은 협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대학은 우선 이번 학기부터 도서관·스포츠시설·공연장·전시실·공동기기센터 등 인프라를 공유한다. 스타 교수가 두 대학을 오가며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하는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도 운영한다. 나아가 두 대학의 핵심 교양강좌를 전문화할 계획으로 대학원전공 교과의 경우 공통 과목은 하나로 통합 개설해 비용을 줄이는 대신 지식·연구활동을 공유, 학문적 발전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특히 두 대학 모두 강점을 보이는 영화·연기·미디어·디지털콘텐츠·디자인 등 문화콘텐츠 특성화 분야에서는 교육·연구·제작 기반을 공유해 최강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화산업을 선도하기로 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나 해외 캠퍼스 건설도 공동으로 추진해 효과는 높이고 비용은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동서대·경성대 학생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두 대학의 창업선도대학사업단을 연합해 운영하고 창업공간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지방 국립대들도 국립대 간 연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지난 7일 부산대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 총장 컨퍼런스’에서 지역별 국립대의 연합대학을 제안했다. 전 총장은 2023년 고교 졸업자 수가 39만명으로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대학 진학률을 60%로 감안하면 현재 대학들의 입학 정원인 53만명 수준에 크게 못 미쳐 문을 닫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총장은 컨퍼런스에서 “학생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 국립대의 재원·학생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지역별로 국립대를 연합해 연합대학교를 만들고 각 대학별로 특성화를 강화해 경쟁력은 강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상경 경상대 총장 등 일부 지방 국립대들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형·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