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언니는 늘리고 동생은 줄이고…범삼성가 사촌자매 엇갈린 행보

"영역 확장"

정 사장, 10개 브랜드 선봬

자체브랜드 육성에도 사활

독자영역 구축·확장 승부수

"선택과 집중"

엠비오 등 철수시킨 이 사장

에잇세컨즈는 역량강화 온힘

효율성 제고, 체질개선 나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범삼성가 패션리더이자 사촌지간인 정유경(44)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이서현(43)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각각 신세계그룹과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하게 된 이후 명확히 대비되는 전략으로 자신만의 경영색깔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누구의 판단이 옳다고 보긴 힘들지만 두 리더의 선택이 그룹 내 패션사업의 위상을 달리하게 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사장은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뒤 거침없이 패션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라르디니 론칭을 시작으로 △8월 코모도 스튜디오(자체 남성복), V라운지(자체 여성복), 스튜디오 톰보이(리뉴얼 론칭) △9월 SI빌리지(통합 온라인몰), 안야 힌드마치(영국 패션 브랜드), 스타터(미국 캐주얼 브랜드), 맨온더분(MOTB), 폰타나밀라노1915(이태리 가방 브랜드), 델라 라나(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등 무려 10개의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패션업체마다 브랜드 철수가 빈번한 불황기에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파상 공세다.

특히 통합 온라인몰 ‘SI빌리지닷컴’은 모바일 시대를 겨냥한 정 사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내 온라인몰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알렉산더왕’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모바일앱에서 선보임으로써 모바일에 친숙한 젊은 세대를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난해 창립 20주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는데 다양한 브랜드 론칭과 SI빌리지닷컴 운영으로 2023년 매출 5조원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딸이자 정유경 사장의 사촌인 이서현 사장의 경우 역시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원톱에 오른 후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될 사업’과 ‘안될 사업’을 확실히 가려 효율성 제고 및 내실경영을 다지겠다는 것. 실제로 지난 7월 20년 전통의 국내 대표 캐주얼 남성복 브랜드인 ‘엠비오’와 론칭한 지 1년밖에 안된 핸드백 브랜드 ‘라베노바’의 사업 철수를 결정, 업계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간판 브랜드라도 인기가 시들하고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사장의 단호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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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야심작인 에잇세컨즈는 집중 육성하는 중이다. 최근 한류스타인 빅뱅의 지드래곤을 한·중 모델로 발탁했고, 이달 말 서울 명동 플래그십 2호 매장과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1호 매장을 동시 오픈한다. 특히 상하이 매장은 브랜드 론칭부터 이 사장이 구상했던 중국시장 진출의 첫 걸음으로, 회사 역량을 총동원한 대대적 마케팅이 전개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두 패션리더의 선택이 각 그룹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평한다. 정유경 사장은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정용진, 신세계=정유경’이란 교통정리를 끝낸 후 독자영역 구축 및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수입 브랜드에 비해 마진율이 높고 대중적 수요에 부합하는 자체 브랜드 육성으로 매출 확대 및 백화점과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 부침과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 상황에서 체질 혁신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 내에서 패션사업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준지’ ‘구호’ 등 K패션 대표 브랜드 및 중국 시장 잠재력이 큰 에잇세컨즈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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