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자연법칙, 우주 그리고 미래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자동차, 스마트폰, 원자력발전 등 현대문명을 누리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신기술을 장착한 자동차나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감탄과 찬사가 쏟아진다. 이러한 기술발전은 곧바로 기업이나 국가의 부강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기술이 난해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자연법칙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근·현대과학은 1687년에 발표된 뉴턴(Isaac Newton)의 논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출발했다. 여기에는 운동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그리고 미적분학이 들어있다. 또한, 천상의 운동인 행성들의 운동이 자연법칙에 의해서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철학, 수학, 천문학·천체물리학에 관한 연구가 현대 과학기술문명을 낳은 것이다.


1830년대에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전자기 유도법칙을 발견했을 때 그 법칙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패러데이는 갓 태어난 아기의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답했다. 그런데 그 아기가 바로 인류에게 전기 문명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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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순수한 사고에 의해서 발견한 추상적이고 난해한 과학이론의 대명사인 상대성이론은 원자력발전의 원리이며,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한 중력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위성항법장치도 불가능하다. 1916년에 출판된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간 자체의 흔들림인 중력파와 시공간 일방통행 영역인 신비로운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했다. 정확히 100년 만인 올해 이 둘의 존재를 동시에 암시하는 신호들이 LIGO에 의해서 검출되었다. 19세기 후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예측한 전자기파가 20여년 만에 헤르츠(Heinrich Hertz)의 실험에 의해서 검증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오랜 인내의 결과다.

여기서 역사의 교훈을 아는 사람이라면 물론 중력파와 블랙홀이 무슨 쓸모가 있냐고 묻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여행 시대가 온다면 이는 시공간 여행이 될 것이다. 우주 시공간 여행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우주의 시공간 구조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물론 과학자가 시공간 구조와 같은 자연의 비밀을 밝힐 때 특정한 응용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 과학의 의미가 꼭 기술적 응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우주에 속해 있고 우주는 자연법칙을 따른다.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자연법칙을 발견해 나가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시공간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 즉 우주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은 하나다. 자연법칙의 기원도 하나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반인 등가원리를 발견했을 때를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인류는 현재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와 같은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궁극의 자연법칙인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발견에 도전하고 있다. 제2, 제3의 아인슈타인이 인류를 새로운 과학의 미래로 인도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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