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shift)’ 가격 상승폭이 일반 아파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장기전세주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서초 스위트’ 59㎡형의 전세보증금은 5억3,626만원으로 2009년 3월 최초 입주 시 보증금(1억7,000만원)보다 3억7,000만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실거래 전셋값은 이 기간 동안 6억3,500만원 안팎에서 8억4,000만원 정도로 2억원가량 올랐다. 상승액과 상승률 모두 장기전세주택이 월등한 셈이다.
◇크게 뛴 시프트 전세가, 갈등도=이뿐만이 아니다.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 59㎡형 장기전세주택 보증금도 2009년 12월 최초 입주 당시 2억8,200만원 정도에서 7월 빈집 세대를 대상으로 한 재모집에서는 5억250만원으로 2억2,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이 아파트의 실제 전셋값은 2010년 4억2,500만~4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6억5,000만~6억8,000만원으로 2억3,000만원 안팎으로 상승했다. 상승액은 일반 아파트가 많지만 상승률은 장기전세주택이 178%로 일반아파트(152%)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높아진 장기전세주택 보증금 때문에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최근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장기전세주택 예비입주자들은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이 공급 기준인 주변 시세의 80%선보다 높게 책정됐다며 감사원 등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에 대해 4월 모집 당시 주변 시세는 4억6,500만원 정도로 책정된 보증금(3억6,800만원)이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일반 아파트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우선 장기전세주택 최초 도입 당시 정책 성공을 목적으로 보증금을 주변 시세의 50~60% 수준으로 낮춰서 공급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권 재건축 매입형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최초 공급 시 보증금의 주변 시세 반영률이 60%대 수준이었다.
◇ 시프트 보증금 산정 기준 명확히 해야=하지만 최근 이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일반 전셋값 상승세를 추월하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송파 래미안 파인탑’ 53㎡형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2011년 최초 입주 당시 보증금이 1억5,400만원 정도로 주변 시세(2억8,000만원)의 55~60%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공고에서 책정된 보증금은 3억8,400만원으로 현재 거래 가격(5억원)의 77%까지 올랐다. 래미안 그레이튼 59㎡ 장기전세주택의 주변 시세 반영률은 최근 75%를 넘어섰고 반포자이 59㎡형은 78%대로, 서초교대 e편한세상 59㎡ 역시 76%로 상승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보증금을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반영비율을 80%에 가깝게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의 기준을 정확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 산정 기준은 주변 전셋값을 고려해 80% 이하에서 결정된다고만 규정돼 있지 하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울러 ‘주변’이라는 기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은 주변보다 싸게 공급되는 만큼 혜택이 적거나 많다는 지적에 늘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모호한 장기전세주택 보증금 산정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