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규정 미비, 협업으로 풀자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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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현재 무인 전기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오는 2025년부터는 경유와 휘발유차를 팔지 못한다. 최근에는 테슬라가 한 번 충전하면 507㎞까지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전기자동차를 공개했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눈앞으로 바싹 다가온 듯하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배터리 기술에 바탕을 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신산업으로 떠오를 전기차 개발경쟁으로 뜨겁다.

전기차 시대에 원활한 전기공급은 필수요소다. 그런데 현재 기술로는 생산된 전기를 대규모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순간순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 공급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력수요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과 같이 전기 품질에 민감한 업종이 많다. 순간정전이 일어나더라도 품질문제가 생기고 생산라인에 있는 제품은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안정적 전력공급은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 중 하나다.

전기를 항시 공급해야 하는 입장이라 정부는 연간 최대 전력수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그 이상의 발전소 용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많은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고 대기상태에 있다. 전기가 남을 때 물을 퍼 뒀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발전하는 양수발전소와 같은 시설도 예비전력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이 독점적 판매자로서 전력시장 감시자인 한국전력거래소와 함께 정전 예방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정전발생 시간은 짧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비상경보설비·소화설비·피난설비는 잠깐이라도 정전이 되면 안 된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국민안전처는 소방·건축법령 허가기준에 따라 2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비상전원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민안전을 위한 필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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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각종 규정이 비상발전기와 축전지만을 비상전원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기술발전으로 이차전지 등 ESS의 활용도 가능해졌지만 규정이 기술의 변화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ESS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에너지 신산업 대표 주자이며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분야라는 점이다. 최대한 빨리 국내수요를 확충시켜 국내 보급실적을 쌓고,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부처 협업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ESS를 비상전원으로 인정할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안전 관련 기준이라 규정 개정에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시간은 지체되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규정 개정 이전에도 ESS를 비상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점이다. 이처럼 선조치, 후규정 정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공직자들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맨 앞자리에 두고 다양한 실천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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