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시의도의 매력

■ 시를 담은 그림 그림이 된 시

■ 윤철규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봄 물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놓았으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가 물이로다.

이 중에 늙은 눈에 뵈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조선후기 시조집(이한진 편저) ‘청구영언’에 실린 화가 김홍도의 시로 그의 노년작 ‘주상간매(舟上看梅)’와 ‘노년간화(老年看花)’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 작품은 두보의 시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을 소재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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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와 서양화의 결정적인 큰 차이를 꼽으라면 그림 속에 글자가 있다는 것. 작가가 누군지, 언제 그렸는지 등 그림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기도 하지만, 동양 고전의 진수인 시구나 명구가 담겨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로 시의도(詩意圖)다.

중국 남송시대에 시작돼 원나라 때 정착된 시의도는 18세기 조선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시의도를 가장 많이 그린 조선의 화가는 김홍도로 스승 강세황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시의도가 유행했던 까닭은 문인들이 지배했던 당시 시·서‘화를 통해 유교적 이상을 추구하고 학문을 연마했던 문인 사대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세황, 심사정, 이방운 등 당대 내로라 할 문인 사대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유통하면서 사대부의 취향이 곧 작품에 반영되었다.

서울옥션 대표를 거쳐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철규 대표가 조선시대 시의도 340점을 모두 담아낸 책을 냈다. 여러 해에 걸쳐 수집한 자료를 망라해 책으로 엮으면서 조선 후기, 18세기를 전후해 짧은 기간 유행했던 시의도의 특징과 우리 회화사에서 위치하고 있는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그림 속 글귀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도판과 쉬운 말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두번째는 김규선 선문대 교수가 시의도 속 한시를 철저하게 감수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현존 작품의 목록을 모두 정리한 ‘조선 후기 시의도 목록’을 정리했다.

저자는 서양화와 다른 동양화의 독보적인 특징이기도 한 시의도의 의미를 소개하고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자세하고 설명하면서 아울러 감상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림 속에 담긴 시의 의미를 알아야만 그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풍속화, 인물화, 문인화 등 조선시대 그림을 쉽게 배우고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일반인은 물론 미술사를 공부하는 전공자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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