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비밀

- 최영철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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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거리 파는 할머니


조르지도 않았는데

주위 눈치 보며 얼른

새싹 몇 잎 더 넣어준다

할머니와 나만 아는 비밀

다른 사람 절대 알아선 안 되는

무슨 돌이킬 수 없는

불륜이라도 저지른 듯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저 할머니, 밀당의 달인 아닌가? 늙고 행색은 초라해도 중년 시인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하다니. 저 시인이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덤을 얻었어.’ 짐짓 무덤덤하게 털어놓더라도 저 비밀을 다 누설했다고는 할 수 없으리. 아내에게 ‘새싹 몇 잎’을 고스란히 내어놓더라도 저이가 받은 모든 걸 내어놓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 그런데 사실 저 할머니, 우리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지. 천품이 이문보다 인정으로 흘러, 지갑보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선수들이 있지. 명절 때마다 뭐라도 하나 더 쥐어주지 못해 안달하는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같은 사람들이지. 아무리 차가 밀려도 찾아가야만 할 콩닥콩닥 가슴 뛰는 비밀이 있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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