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우리는 왜 금지된 것을 탐닉하는가

/출처=이미지투데이/출처=이미지투데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인도에서는 왼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고 이슬람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금기(禁忌)’라고 부른다. 그러나 금기를 위반하는 일은 늘 일어난다. 강하게 누를수록 반작용으로 튀어 오르는 힘이 세지는 것처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을 더 갈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금기란 억압된 충동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금지된 행동을 했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탈 욕구는 본능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감당해야 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욕구를 제어하고 있을 뿐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저서에서 ‘타부가 지닌 주술적 힘은 그것이 인간을 유혹하는 힘에 근거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기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건 인간이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한다. 그만큼 충동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다.


본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인 사랑에도 금기가 존재한다. 사회적 또는 도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형태의 사랑인 불륜. 그간 수많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쓰였던 불륜은 대강 이런 형태다. 불만족스럽고 지겨운 결혼생활 도중 만난 일탈의 대상이자 유혹의 주체로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부인은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찬밥신세가 되고 만다. 한눈을 팔던 남자는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재결합하거나 부인이 시원하게 복수를 감행하며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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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성한 결혼을 망친 여자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반면 남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용서받으며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드라마가 불륜에 대한 권선징악 구도를 고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를 통해 방영되기 때문이다. 가족공동체가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더욱 크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따뜻하고 안락하다. 언제고 돌아가서 쉴 곳이라고 느껴진다. 간통죄가 폐지되고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가족의 의미는 여전히 크다. 최근 불거진 유명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영화감독의 부인 인터뷰까지 더해져 수많은 사람들이 돌을 던지지 않았나.

그러나 ‘인간은 금지된 것을 끊임없이 탐닉한다’는 것이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위험하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남 몰래 저지른다는 행위 자체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단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성취감에 중독돼버렸다면 한 두 번 있을 수 있는 일탈로 규정짓기 힘들 테니까.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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