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신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 필요성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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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 수사의 ‘정점’에 선 신동빈(61) 회장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1967년 그룹 창립 후 롯데그룹 총수가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온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오전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신 회장 소환은 검찰이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 지 103일 만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19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나’, ‘롯데건설에 300억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나’ 등 이어진 질문에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은 신 회장을 상대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계열사로 떠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알짜 재산을 헐값에 다른 계열사로 넘기는 등 방식으로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을 받고 있다. 또 그룹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롯데 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계열사 부당 지원,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최근 10년간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 회장의 연루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또 신 회장이 수년 간 매년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100억원대 급여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신 회장의 각종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회장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신 회장의 혐의 입증 여부와 별개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소환 조사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큰 수사는 수사팀 논리대로만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 경제적 내지는 검찰 수사 외적인 주장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상 이유로 소환조사 대신 검찰이 방문조사를 실시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수천억원대 탈세·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부인 서미경씨 등도 기소할 방침이다. 일본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서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