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의 배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이 나선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지원금액을 확정하면 600억원 한도에서 나머지 부족분을 산은이 채워주는 방식이다.
물류대란 장기화로 국가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자 국책은행이 ‘지원 불가’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청산 위기에 몰렸던 한진해운이 기사회생할 실낱같은 가능성도 살아나게 됐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산은은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던 600억원을 분담 지원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이 500억원을 지원하는 데 동의하면 나머지 100억원을 산은이 맡는 식이다.
한진해운의 모(母)기업인 대한항공은 지난 6일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긴급 수혈하는 내용의 지원안을 내놓았으나 사외이사들의 반발로 보름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내놓는 게 최선이지만 배임 논란 때문에 자금 전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산은이 나서 하역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대한항공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사내유보금을 꺼내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을 계획이었으나 이미 담보권을 가진 해외 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지 못해 매출채권 담보로 방향을 틀었다. 매출채권의 전체 규모는 약 2억달러지만 담보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 600억원 전부를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게 산은과 대한항공의 판단이다. 산은의 지원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물류대란 해소가 늦어져 한진해운이 청산에 돌입하면 수출을 기반으로 한 한국 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지원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일범·조민규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