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4차 산업혁명 핵심은 기술선점 아냐…게임의 법칙 이해해야”

[제2 주제강연-박병원 과기정책硏 미래연구센터장]

'R&D → 생산성 향상' 선형적 사고방식 더이상 안통해

우버 처럼 공개된 기술로 富 창출하는 사고혁신 필요

빅데이터·AI 등 분야별 육성책으론 변화 못따라가

정부, 시장간섭 말고 혁신 낳을 제도 만드는 역할해야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주최 ‘미래컨퍼런스 2016’에서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이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주최 ‘미래컨퍼런스 2016’에서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이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불과 6년 전인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62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이 기업의 평가가치는 255억달러(28조5,000억원)로 이미 세계 3대 호텔 브랜드인 힐튼·메리어트·하이야트를 추월했다.

이들의 무기가 ‘신기술’이었을까.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제4회 미래컨퍼런스에서 제2 주제 강연자로 나선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의 대답은 “노(no)”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연구개발(R&D)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이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선형적 사고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기술 선점이 아니고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성공비결을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의 게임의 법칙을 두고 ‘모든 산업의 IT 산업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은 이미 구글이 다 가져갔고 빅데이터도 선점하는 회사들이 있다”며 “모든 산업에서 정보기술(IT)로 인해 한꺼번에 변화 프로세스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이 이끌고 있는 이 같은 사회변화가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에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로드스터’가 11만달러였는 데 내년에 나오는 모델3는 3만5,000달러에 불과하다”며 “기술 발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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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센터장은 AI나 3D프린터, 자율주행차 등 정부가 기술개발 육성책을 내놓고 있는 분야별로 접근해서는 이 같은 변화상을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곧 빅데이터 기술이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못한다”며 “뱅킹, 물류 배달, 자동차 산업도 역시 IT 산업화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을 첫발로 하는 산업별 육성책을 펴고 있다는 점. 박 센터장은 “우리가 잘하는 게 기술 변화로 제품을 개발하는 케이스이고 이게 바로 삼성의 길이고 국가적인 길이었다”며 “이미 공개 돼 있는 기술을 통해 시장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즉 게임의 법칙을 이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길”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행열차’를 놓쳤다고 단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열차를 놓쳤다. 중간 정차역에서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을 자식 세대에 전부 다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극단적으로 말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개별 산업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혁신을 낳는 제도를 만드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인지 능력상 기술발전이 빠르더라도 사회 변화는 십수년 뒤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제도를 바꿔 이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역동성을 정부가 이길 수 없음에도 자꾸 답을 내놓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와 제도 혁신을 통해서 ‘위너’를 나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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