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유럽 에너지 혁명 현장을 가다 <상>독일]신재생·열병합 발전 늘린 獨, 청정국가로 탈바꿈하다

보조금 지원·전력 우선판매 등

정부·민간 차원 아낌없는 지원

에너지 효율 높은 열병합 발전

2030년 전력생산비중 25% 계획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드레바그 열병합발전소(CHP)의 전직 간부 칼 한츠 라이셔씨가 CHP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삼아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드레스덴=이종혁 기자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드레바그 열병합발전소(CHP)의 전직 간부 칼 한츠 라이셔씨가 CHP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삼아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드레스덴=이종혁 기자


통일 전 독일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았다. 석탄(갈탄)을 과도하게 사용해 대기 중 이산화황 농도는 유럽에서 가장 높았다. 주요 산업도시의 하늘은 미세먼지와 그을음으로 뒤덮였다.

이달 초 찾은 베를린의 하늘은 30년 전과 달랐다. 서울에서 드물게 보이는 짙푸른 하늘이 매일 나타났다. 베를린·뮌헨·드레스덴 등 주요 도시는 환경공기질량지수(AQI) 50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청명한 지역에 속한다. 석탄·원자력 대신 신재생·열병합(CHP) 등 친환경발전소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독일의 현주소가 하늘에 그대로 배어났다.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BTB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버리는 가구(나무), 태양광을 사용하는 발전소를 각각 하나씩 두고 베를린 내 십수만 가구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CHP 기업이다. 기자가 방문한 BTB 산하 CHP 발전소는 연간 23만8,000톤의 나무를 활용해 3만가구의 난방수요를 책임지고 있었다. 홍보책임자 비앙카 하이들러씨는 “우리는 소규모 석탄발전소도 가지고 있지만 겨울에 전력수요가 절정에 달할 때만 잠시 켜둔다”며 “석탄은 발전단가는 싸지만 이산화탄소 발생에 대한 환경부과금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독일은 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민간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전체의 80%로 제고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 중 CHP는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해 에너지 이용효율이 높아 친환경에너지로 대접받고 있다. 일반 석탄화력발전소의 효율은 42~48% 수준이지만 CHP는 발전원의 38.6%를 추가 열 생산에 쓸 수 있어 전체 에너지 효율이 70%를 넘는다. 지난해 기준 독일 내 CHP가 차지하는 발전용량은 전체 용량의 16%인 27GW다. 독일은 2020년까지 이 비율을 21%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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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전력판매 사업자들은 CHP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우선 판매하도록 할당받는다. 신규 CHP용 축열조나 열배관시설을 지을 때는 프로젝트당 최대 2,000만유로(약 260억원)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전기를 많이 쓰거나 택지개발 기업이 CHP 설비를 들일 경우에도 지원금이 나온다.

독일의 CHP 정책은 정부가 지원하는 총액을 연간 15억유로(약 1조8,700억원)로 제한하되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을 지운 게 특징이다. 독일은 모든 전력소비자들로부터 CHP 수수료 명목으로 ㎾h당 4.19유로센트를 별도로 걷어 CHP 사업자 지원에 사용한다.

국내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일은 소비자와 정부·기업이 모두 친환경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라며 “반면 한국은 친환경에너지를 키우자는 선언이 줄기차게 나와도 실제로는 발전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석탄·원자력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과 원자력은 당장 싼 값에 전기와 열을 생산할지 몰라도 훗날 막대한 환경·안전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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