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두테르테 공포'에 필리핀서 미성년자 '마약사범' 2만명 '자수'

자신들에 대한 '마약 범죄 기록' 없음에도 자수…두테르테 공포 정치에 '생명 위협' 느껴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출처=구글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출처=구글


필리핀에서 자수한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필리핀탐사보도센터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마약사범 2만 584명이 지역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 중 약 65%는 한 차례 마약 범죄를 저지른 기록이 있었고 극히 일부만 상습범이었으며, 이 중 30% 가까이는 자신들에 대한 마약 범죄 혐의 기록이 없는데도 자수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수한 미성년자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98.4%가 마약을 투약했고 나머지는 마약 판매나 운반을 했다.


또 이들 중 남자가 1만 8,90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필리핀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어린아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죄의 경중을 따져 가족에 인계하거나 소년원, 재활센터 등으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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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마약사범들은 길거리에서 마약 용의자에 대한 ‘묻지 마’ 사살이 속출하자 자신들이 다음 차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해왔다. 따라서 이 같은 자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소탕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는 마약 용의자가 잇따르자 미성년자 마약사범들 또한 생명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3,000 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고 약 70만 명이 자수했다. 필리핀 정부가 사법절차를 밟지 않고 마약 용의자를 단속현장에서 사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일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가와 가정을 파괴하는 마약을 근절해야 한다”며 일축하고 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필리핀의 마약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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