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에서는 위탁 교육 업체를 통해 사직을 압박당하는 현실을 짚었다.
28일 방송된 ‘추적60분’에서는 ‘사표를 대신 받아드립니다. 쉬운 해고의 유혹’ 편이 전파를 탔다.
26년간 A 기업 재무팀에 근무하며 표창장까지 받으며 성실하게 일해 왔다는 부인 김 씨,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건 권고사직과 압박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일하던 부서가 본사로 통합되면서 사 측에서 그녀에게만 사직을 권고했던 것. 지속적인 퇴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입원까지 하게 된 그녀는 복직 후, 회사로부터 사내 역량향상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교육시간과 수행할 과제의 분량이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었다고 한다.
김 씨가 교육을 받기 전 이 회사에서 직무역량향상 교육을 받은 이가 있었다. 바로 지난 5월 퇴사한 강씨. 지역 본부 행정 일을 도맡았던 그녀는 지난해 6월 권고사직을 거부한 이후 서울 본사로 대기 발령됐다. 수개월의 방치 끝에 진행된 사내 교육은 하루 종일 온라인 강의를 듣고, 의학 원서를 번역하는 일이었다. 과도한 교육 분량에 대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그녀는 한 위탁교육 업체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9개월 여간 사내 교육을 버텨낸 그녀가, 위탁교육업체에서 교육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의사들이 보는 책을 번역시키고, 교육장에선 분 단위로 동선이 체크됐죠”
- 강 씨 관련 노무사
국내 B 금융회사 지점장 출신의 이 씨, 회사에 몸 바쳐 일했지만 2012년 갑자기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 대상자가 됐다. 이후 진행된 위탁 교육 업체의 교육.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수행했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하는데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말로 소가 도살장 끌려가는.. 그런 심정이었어요”
- 교육생 이 씨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위탁교육업체를 찾아가 봤다. 아침 일찍부터 교육실로 들어가는 중년 남성들. 일렬로 나란히 앉아, 앞에 놓인 노트북에서 눈 한번 떼지 않고 수업에 열중하는데.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강의실. 한 평 남짓한 작은방에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 단위로 기록하는가 하면, 성적 미달 시 교육을 미수료 했다며 경고장까지 발부한다는데. 우리가 만난 교육생들은 이것이 과연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맞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딸아이 나이 정도 되는 관리자가 뒤에서 감시하고 있어요”
- C 기업 교육생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위탁교육업체가 당당히 기업의 인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에서 퇴출에 이르는 이들의 프로그램 설계를 들여다보았다.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건, 보통 인재 육성 쪽보단 퇴출을 염두에 두는 거죠”
- 위탁교육업체 강연 中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공정인사(일반해고)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에서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 통상 해고에 관하여 정당성 판단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지침이다.
인사 조치의 정당성에 관한 근로기준법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전문가들은 저성과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사실상 ‘쉬운 해고’를 조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직무능력보다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싫은 소리 하는 사람 등을 퇴출시키는 오. 남용 문제가 발생하겠죠”
- 이상민 교수
공정인사 지침은 업무 능력과 성과중심으로 인력을 운영해 노동 시장을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로 마련되었지만 ‘저성과자’의 평가에서 관리자의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법. 지침의 발표 이후, 국민들은 평가 측정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과 효율을 극대화하고, 노동자의 공정한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오히려 위탁교육업체들의 설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