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하듯 취업시장 신조어 또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29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발표한 신조어를 살펴보면 최근 취업시장 동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오스트랄로스펙쿠스·호모인턴스
‘오스트랄로스펙쿠스’가 과거 토익과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의 세대를 지칭한다면, ‘호모인턴스’는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요즘 세대 구직자들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취업 3종세트’로 학벌, 학점, 토익점수를 꼽았지만, 최근에는 경쟁 과열로 자격증, 어학연수와 같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점점 추가돼 ‘취업 5종세트’라는 명칭도 업그레이드돼 쓰이고 있다. 여기에 공모전 입상, 인턴경험을 비롯해 봉사활동, 성형수술까지 추가한다면 ‘취업 9종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장인턴·금턴과 흙턴
기업체 인턴 경험이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턴과 관련한 신조어도 쏟아지고 있다. ‘부장인턴’은 인턴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기업체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턴을 뜻한다.
‘금턴’과 ‘흙턴’은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인턴 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 금턴은 인맥 등 속칭 ‘백’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 자리, 흙턴은 일을 잘 배우지도 못하고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동아리 고시·화석선배·밥터디
대학가 문화도 달라졌다. ‘동아리 고시’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인기 동아리의 경쟁률이 고시 경쟁률이 버금가는 현상을 반영한 말이며, ‘화석선배’들은 취업 전까지 졸업을 미루느라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고시 장수생을 일컫는다.
또 시간을 아끼기 위해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에 이어, 밥을 먹으면서도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정보를 나누는 ‘밥터디’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기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과 같은 표현과 ‘대2병’, ‘사망년’, ‘십장생’ 등은 극심한 취업난을 대변하는 표현의 대상 연령층이 더 낮아진 현실을 보여준다.
‘대2병’은 자신감, 자존감이 넘쳐흐르는 ‘중2병’과 정반대의 증상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빗대어 나온 표현이고, ‘사망년’은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받는 3학년을 뜻한다. ‘십장생’은 심지어 10대조차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자기소개서 공포증에 시달리는 ‘자소서포비아’, 서류 합격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서류가즘’ 등의 다양한 신조어들은 취업시장에서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아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취업 스트레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