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주인공은 한미약품이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박수가 아닌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점에서 처지가 바뀌었다. 마치 천국에 있다가 하루 만에 지옥으로 떨어진 듯한 한미약품 투자자들처럼 말이다.
한미약품이 손가락질 받는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미약품은 29일 제넨텍에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만 17시간 뒤인 30일 오전9시29분께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신약 관련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쉽게 말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셈이다. 덕분에 개장 이후 5%가량 올랐던 한미약품 주가는 장중 한때 20% 가까이 폭락했다.
연중 손에 꼽을 만한 호재와 악재가 우연히도 만 하루도 안 돼 일어난 셈이다. 덕분에 이날 9시29분 이전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는 이익을 봤고 전날 장 마감 후 파생상품까지 활용하며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크게 손해를 봤다. 한미약품은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한 셈이다.
한미약품 측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전날 저녁에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며 주가 방어를 위해 공시 타이밍을 조정했다는 세간의 시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술수출 계약이나 해지 등은 자율 공시 해당 사항이기 때문에 사건발생 다음날까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계약 성사 및 해지 날짜를 짜 맞췄다는 의혹도 나오지만 한미약품의 말처럼 우연일 수 있다.
다만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우연으로 주가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7월28일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총 7억3,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 다음날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전년 대비 71% 줄어든 2·4분기 영업이익이 공개되자 주가는 20%가량 폭락했다. 앞서의 호재가 없었다면 30% 이상의 폭락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1년 사이 두 번의 우연 덕분에 한미약품은 웃고 여타 바이오 업체들은 ‘거품론’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우연이 또 한 번 일어날 경우 한미약품이 ‘자본시장의 미꾸라지’로 각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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