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남이 만든 게임서 잘하려 말고 아예 판 뒤집어라

■ 게임체인저

피터 피스크 지음, 장진영 펴냄

게임체인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딕 포스버리. 그는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경쟁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술로 월계관의 주인공이 됐다. 다른 선수가 디딤대를 딛고 앞으로 장대를 뛰어넘을 때, 그는 도움닫기를 한 뒤 등으로 장대를 넘었다. 오늘날 높이뛰기의 대표 기술 중 하나인 '배면뛰기'는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한 선수의 '생각의 전환'으로 세상에 나왔다.

남이 만든 게임에서 조금 더 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딕 포스버리처럼 게임의 룰을 바꾸고, 그 판을 새로 짜는 혁신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다. 책은 이처럼 만들어진 세상에서 만들어진 규칙으로 게임 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룰로 새로운 게임을 하며 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자들을 '게임 체인저'라고 소개한다. '혁명'이란 표현까지 있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혁신·창조를 외쳐대는 이유는 하나. 남이 만든 게임에서 룰을 따라 끌려가는 것이 아닌 게임 자체를 바꿔 선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이자 마케팅 구루인 저자는 게임을 바꿔 세상을 만들어가는 세계 100개 기업을 분석, 그들의 게임을 들여다본다. 예컨대 테슬라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하는 전기차를 만들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전기를 태양열로 생산하는 친환경 기업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엑스는 무인 우주선으로 나사를 대신해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하지만, 이 게임에만 만족하지 않고 '20년 안에 화성에 8만 명의 인류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은 조금 더 잘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같은 게임을 하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 책은 이것이 '게임 체인저'가 이기는 이유라고 설명하며 게임을 바꾸는 열 가지로 생각·탐구·파괴·영감·디자인·공명·가능성·동원·영향·증폭을 제시한다. 이 같은 덕목을 갖춘 미래의 게임체인저도 유통·은행·건강관리·소비재·미디어·패션·여행·식품·기술·제조 등의 분야로 세분화해 소개한다. 애플·샤오미·텐센트·에어비앤비·넷플릭스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혁신 대표 기업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좋아요'가 10% 증가할 때마다 예금금리를 0.1% 올리는 독일의 피도르은행, 이식용 장기를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미국 오가노보 등 다양한 사례를 만나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책은 묻는다. 당신의 게임은 무엇이냐고. 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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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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