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근혜 대통령·김무성 공천전쟁에 멀어져만 가는 개혁입법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청와대·친박계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진영 간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와 설전을 벌였던 김 대표는 1일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군의 날 기념식을 포함한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부산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사전 상의했다고 밝히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친박계 역시 "안심번호는 공천제가 아닌 여론조사" "대표의 독단적 합의"라며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어느 한쪽은 결딴나야 결론이 날 듯한 분위기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정치영역에만 머문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최우선 국정과제인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에 대한 추동력이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서는 당청의 정책공조가 필수지만 현재로서는 협력은커녕 갈등만 깊어갈 뿐이다. 요행히 내홍을 봉합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이 무산되면 7월 국회법 파동에 이은 두 번째 합의 파기로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청와대의 공천 간섭을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도 대통령의 지지도에 부정적으로 작용,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잖아도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개혁 관련 법안들에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도 겨우 석 달밖에 안 남았다. 당청이 밥그릇 싸움 중인 이 순간에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재깍재깍 흘러가고 있다.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지 못하면 경제 살리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은 공염불로 끝나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과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 투자할 곳을 잃은 기업의 신음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과 정권에 표를 줄 만큼 유권자가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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