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재계의 반발로 지지부진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 원의 조기 조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개연성이 커졌다.
2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사를 국감 직후 진행하기로 했다. ‘FTA 지원특별법’ 개정안은 FTA로 수혜를 보는 대·중소기업 등을 통해 10년간 1조 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여야정 협의체가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농어촌 보상 대책으로 1조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이를 농어민 지원 사업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국회 입법 절차가 올스톱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데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두 민간 재단에 800억원의 거금을 선뜻 출연하면서도 한중 FTA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이 연간 1,000억 원을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어업인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내놓지 않으면 비판 여론 때문에 재계의 반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개호 더민주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듯이) 정부가 재계의 부담을 근거로 이 법안 통과를 늦출 명분이 궁색해졌다”며 “국감이 끝나고 바로 법안 심사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 재계가 자발적으로 농어촌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밝힐 것”이라고 말해 파행 중인 국정감사가 정상화되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도 기업들로부터 1조 원을 걷는다는 큰 틀에는 합의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야권이 공조하면 법안 심사를 무작정 거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부에서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대기업을 상대로 첫 모금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연관 지어 추진하려는 것은 야당의 정치적 주장”이라면서도 “(두 재단의) 의혹으로 재계가 기금 조성에 마냥 반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사실상 야당과 논의를 거쳐 법안 심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력기금의 법적 근거인 FTA지원특별법 개정안은 이개호 더민주 의원과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등 2명이 각각 발의해놓은 상태로 농해수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것은 민간 기업을 통해 10년간 1조 원의 자발적 기부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목표액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삽입할지 여부다. 여당과 재계는 정부의 의무 지원 조항이 명문화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정부는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재계를 압박, 모금 액수를 높이려 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