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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색깔론, 수구세력 음모, 파시즘, 매국노, 역사쿠데타, 위험한 폭주, 결사항전, 국민선동, 걸개(현수막)놀음.'
19일 국회 안팎에서 여야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한 말 중에 나온 단어나 표현들이다. 국사교과서에 대한 여야 논의는 미래지향적 방향과는 한참 먼 진흙탕 싸움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현행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고 국정화를 반대하는 야당을 공격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겨냥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정치 금도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전날 문 대표가 정부·여당이 친일·독재 선친을 위해 국정화 드라이브를 건다고 주장한 데 대한 대응이다. 이어 김 대표는 문 대표에 대해 "당 대표로서 품위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완영 의원은 본격적인 색깔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노무현(전 대통령) 장인이 빨치산이었잖아"라면서 "그러면 2003년에 교과서가 개정된 건 장인 때문에 좌파로 그렇게 했나. 정말 예의도 없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야당은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허무맹랑한 정치선동을 그만두라"고 말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이런 역사적 문제 개입시킨다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연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등 여당의 총공세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사교과서에 대해 TV토론을 하자고 김 대표에게 제안했는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뒷전에서는 역사학자 90% 좌경화됐느니, 주체사상이니 공산주의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친당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3자 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1,000만 서명 시민 불복종 운동'을 함께 전개하기로 했다.
심 대표는 "한국이 두 동강 나고 있고 국격도 추락하고 민생정치는 걸개놀음으로 전락했다"면서 "더 큰 망신살 뻗치기 전에 시대 역행하고 국제사회 상식에 반하는 국정화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주의·다원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획일화된 독재·유신사회로 돌아가려는 수구세력의 음모"라면서 "자기 입맛에 맞게 국민을 통제하려는 파시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표현수위가 높아지면서 시민사회 각 단체도 저마다 국정화 논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배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이날 김무성 대표 접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 잘되게 하기 위해 (새누리당을) 서포트하겠다"면서도 "5·16은 법원이 판단한 군사정변임에 틀림없고 육사생도들의 교과서도 그렇게 돼 있다"고 밝혔다. /맹준호·전경석기자 nex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