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기업구조조정 리츠' 수명 다했나

저금리로 시장 유동성 풍부

CR리츠 제도 의미 사라져

올 영업인가 신청 2건 불과

위탁관리리츠 성장과 대조

지난 2002년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리츠인 ‘코크렙1호’가 투자한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장교빌딩’ 전경. /사진=고병기기자지난 2002년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리츠인 ‘코크렙1호’가 투자한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장교빌딩’ 전경. /사진=고병기기자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리츠(REITs) 제도가 도입된 후 초창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사라지고 있다. CR리츠란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내놓은 자산을 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던 대형 오피스빌딩이 많이 유동화된데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처럼 기업들이 대규모로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CR리츠 설립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라지는 기업구조조정 리츠=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리츠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설립된 CR리츠는 단 하나도 없다. 올 7월 코람코자산신탁이 국토부로부터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사옥에 투자하는 ‘코크렙제33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인가를 받았으나 대우조선 측에서 협상 종료를 통보하면서 인수가 무산되게 생겼다. CR리츠 영업인가 신청도 줄었다. 올해 CR리츠로 영업인가를 신청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반면 위탁관리리츠의 경우 32건에 달한다.

초창기에는 CR리츠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2001년 12월 국내 1호 리츠로 인가를 받은 ‘교보메리츠퍼스트기업구조조정리츠’도 대한항공의 서울 등촌동 연수원, 김해 내동 사원아파트 등 4개 자산을 담은 CR리츠였다. 2011년 3·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CR리츠가 32개로 위탁관리리츠(16개)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올 1·4분기 기준 위탁리츠는 90개로 CR리츠(32개)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아졌다. 자산 규모도 역전됐다. 2011년 3·4분기에는 CR리츠의 자산 규모가 4조9,286억원으로 위탁리츠(2조4,974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컸으나 올 1·4분기에는 위탁리츠의 자산 규모(12조9,000억원)가 CR리츠(5조5,000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기업들 자산매각에도 수익성 있는 매물 부족=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CR리츠가 줄어드는 것은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가진 자산 중에 수익성 있는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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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들이 사옥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유동화를 많이 해 예전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우량 자산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나오는 매물들은 주로 공장이나 쓸모없는 땅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 CR리츠의 수명이 다했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대 초반 CR리츠를 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CR리츠에 혜택을 주고 투자자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CR리츠=기업 구조조정용 자산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기업이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매각하는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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