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미래 일자리, 지식 아닌 '문제해결 능력'에 달려"

'미·인·계 콘서트' 특강

대입만 위한 지식 전수형 교육탓

청소년들 사고력 키울 기회 없어

스펙 집착 학습으론 미래 암울

직업 불확실성 큰 4차 산업혁명 시대

복합적 상황대처 능력이 곧 경쟁력






“미래 일자리는 지식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자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시만을 위해 ‘실수 안 하기’ 전문가로 키워지는 우리 청소년들은 사고력을 기를 새도 없이 새로운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미래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박형주(52·사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서울 강남 D캠프에서 연 ‘미인계(미래·인간·기계)콘서트’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창의 교육의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지식전수형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수년 내 낡은 것이 되고 만다”며 “가령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이미 암 진단 정확도에서 숙련된 의사를 넘어서는 상황에 10년 후에는 의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의 스펙 쌓기에 몰입하는 학습방법으로는 이 같은 미래에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한 패션 기업에 취직한 신입직원이 새 시즌에 맞는 의류 디자인 과제를 받았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 내놓은 결과물은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신입직원은 소비자 기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것에서 다음 시즌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복합적 문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해결 능력이 미래 경쟁력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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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특화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최근 커지고 있지만 박 소장은 이를 경계했다. 그는 “맞춤형 교육은 결국 학생들을 미래에 하나의 직업에만 종사하도록 기르는 것과 같다”며 “직업의 탄생과 소멸이 빈번한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수리과학연구소를 맡아 취임 1년을 맞은 그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수학계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에 비춰볼 때 우리 수학 교육은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식의 양이 아닌 생각의 힘을 키우는 효율적 도구가 바로 수학”이라며 “그러나 우리 수학 교육은 반복적 문제 풀이만 강요해 학생들이 작은 실수에도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적은 문제를 긴 시간 동안 충분히 궁리하며 풀게 하는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풀이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키우고 생각도 깊어진다”며 “이 같은 프랑스의 서술식 평가 방식을 대학 입시에는 어렵더라도 교내 평가에만이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가 지난해 2018학년도 개정 교육과정에서 수학 교과 내용을 줄이도록 한 방안은 오히려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최소한의 재료도 갖추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957년 옛 소련이 역사상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국이 부랴부랴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창설한 것처럼 최근 AI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은 우리나라에도 큰 자극이 됐다”며 “비록 외부적 요인이지만 ‘한국판 스푸트니크’를 교육 개혁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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