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김영란법에 폭탄맞은 화훼농가 첫 주말] 100곳중 30곳 주문 '0'...국화는 반값에도 안팔려

결혼시즌인데 매출 반토막

축하 화환 되돌아오기 일쑤

호접란·동양란 등도 매출 뚝

화분·리본 제조업체까지

장기화 땐 줄도산 불보듯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 주말인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꽃시장은 방문객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결혼시즌으로 한창 성수기인데도 어쩌다 집에서 기를 화분을 찾는 손님만 눈에 띌 뿐 꽃을 주문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신희철기자김영란법이 시행된 첫 주말인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꽃시장은 방문객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결혼시즌으로 한창 성수기인데도 어쩌다 집에서 기를 화분을 찾는 손님만 눈에 띌 뿐 꽃을 주문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신희철기자




“부산 사상구 엄궁동 꽃시장 일대의 100여개 화훼업체 중 지난 주말동안 주문이 한 건도 없었던 업체가 30여곳에 달합니다. 김해 등 경상남도 일대 화훼 재배농가에선 최소 5,000원 이상 팔아야 이윤이 생기는 국화 20송이 한 단을 2,000원에도 못 팔고 있습니다.”(생화 도매전문업체 윌슨인터내셔널 안영구 대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화훼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남들 눈에 띄는 꽃 선물은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엉뚱한 신풍속도가 낳은 폐해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화훼농가·유통업체·제조업체 등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축하화환의 씨가 말라버렸다. 결혼시즌으로 한창 성수기인데도 매출이 반토막났다는게 화훼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공무원·교직원·대기업 임원 등이 축하화환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업체들은 제작비와 배송비를 손해 보는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화환전문 A업체 대표는 “주말 평균 100건 가량의 주문이 있지만 이번 주는 50건에 불과했다”며 “축하화환을 거절하며 돌려보내는 사례도 3건 있었다”고 전했다. A업체 대표는 “주말 물량을 준비하려고 보통 금요일 밤 11시까지 야근하지만 일감이 없어 저녁 7시도 안돼 문닫았다”며 “직원이 10명인데 당장 인건비 걱정을 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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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승진·생일 등 각종 기념일에 선물하던 호접란·동양란 등의 매출 타격도 심각하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불안 심리가 커지며 난 판매가 조금씩 줄어들다가 법 시행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것.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 ‘나’동의 난 전문업체 대표는 “보통 월초에 회사 승진이 많은데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년대비 80% 가량 난 판매가 줄어들었다”며 “이번 주말 난을 10개 배송했는데 달랑 2명만 받는다고 해서 나머지는 다 돌려받고 배송비만 물었다”고 말했다. 인근의 선인장 판매 전문업체 대표는 “이곳 꽃시장 사람들은 김영란이란 말만 들어도 소름끼쳐 한다”며 “꽃이나 난, 화환 등을 하나 팔면 농장·화분가게·택배회사·리본 제작업체 등 최소 5~6개 업체가 먹고 사는 건데 정말 부패한 사람을 잡지는 못할망정 서민들만 죽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일선 화훼 도·소매업체의 매출이 급락하면서 꽃 전체 거래량과 시세까지 동반하락하는 추세다. aT 화훼공판장 경매시세에 따르면 동양란·호접란 등 난의 거래량과 평균가격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각각 3,329분, 2,942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984분, 3,806원)에 비하면 거래량은 87%, 평균가격은 23%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파장이 관련업계의 줄도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당장 화훼농가에서는 가을을 겨냥해 수개월씩 가꿔 내놓은 품종을 팔지 못하거나 헐값에 처분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택배회사나 화분 및 리본 제조업체들도 일감이 없어 한숨만 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에서 5,000원 이상에 출하하던 장미 10송이 한 단도 2,000원~3,000원선에 겨우 팔고 있다”며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화훼업계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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