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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가물던 날씨가 늦가을에 접어들자 장마 같은 비 타령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구를 찾은 첫날, 끄물끄물하던 날씨는 이튿날이 되자 제법 굵은 빗줄기를 뿌렸다. 대구의 영산(靈山)인 팔공산을 찾은 날, 그냥저냥 참아주나 싶던 비가 흩뿌리더니 불로동 고분군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빨간 단풍으로 수놓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해마다 그렇듯 '언제 왔나' 싶던 가을은 팔공산의 낙엽 위로 미련만 남긴 채 겨울과 교대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팔공산·동화사 케이블카로 둘러보기=팔공산과 동화사를 가볍게 둘러보려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게 좋다. 특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면 더욱 그럴 듯싶었다. 팔공산케이블카는 동화집단시설지구에서 해발 820m의 산봉우리까지 1.2㎞ 구간을 운행하고 있는데 케이블카를 내리는 곳에서는 정상은 물론, 동화사나 수태골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동화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 위에서 낙엽들이 눈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나뭇잎의 군무는 포장도로로 접어들자 뜸해졌다.
젖은 낙엽을 밟으며 포장도로를 2㎞쯤 걸어 내려오자 드디어 조계종의 총림(승려들의 참선 수행 도량인 선원과 전문 교육기관을 모두 갖춘 사찰)인 동화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화사는 조계종의 종정인 진제 스님이 있는 곳이며 90여개의 말사를 거느린 큰 절로 신라 흥덕왕 7년(832)에 심사왕사가 중창을 한 절이다. 동화사라는 이름은 한겨울에도 오동나무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그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등 뒤로 팔공산을 기대고 선 절에는 대웅전과 극락전 등 20여채의 전각들과 당간지주를 비롯해 비로암 삼층석탑, 마애불좌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금당암 삼층석탑, 흥진국사탑 등 11점의 보물이 있다.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왜군과 맞서 싸우던 승군의 총사령부가 있던 사찰로 호국불교의 본산이기도 하다. 절 앞쪽에는 세계 최대 석불인 높이 30m, 최대 둘레 16.5m 규모의 통일약사여래대불이 있다. 최근에 축조된 불상이긴 하지만 단단한 돌을 깎아 풍만한 체구를 표현한 모습에 예술성이 돋보인다.
◇불로동 고분군=불로동 고분군으로 가는 길에 참고 참았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불로동 고분군은 고대국가의 무덤인 고분 214기가 모여 있는 유적으로 지난 1938년 일제가 발굴했다. 출토된 유물로 보아 서기 4~5세기께 이 일대에 살던 지배세력 고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지름이 15~20m, 높이 4m 안팎의 크고 작은 봉분들이 가득하다.
아쉬운 것은 이 고분들 중 대부분이 도굴됐다는 것. 경주의 고분의 경우 내부가 석실로 둘러싸여 부장품이 보존되고 있는 것들이 더러 있지만 이곳은 자갈 크기의 작은 돌들이 내부를 메우고 있어 도둑들의 손을 탄 것으로 보인다. 동구 불로동 335.
◇북지장사 가는 길=날씨가 흐린 탓도 있지만 솔숲 우거진 북지장사 가는 길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팔공산올레길 1코스에 속하는 이 길을 주파하는 데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짜유기박물관을 나와 도장동 마을을 지나면 북지장사 안내표지가 나오는데 이곳부터 솔숲이 시작된다. 솔숲은 북지장사까지 약 1㎞ 이어지는데 소나무 중에는 낙엽송도 섞여 있어 길바닥에는 황금색 솔잎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솔숲길이 끝나는 곳에 북지장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절은 신라 소지왕 7년인 485년에 극달 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한때 동화사를 말사로 거느릴 정도로 큰 절이었지만 지금은 쇠락한 작은 절일 뿐이다. 하지만 절로 향하는 솔숲길은 둘러봐도 후회가 없을 만큼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동구 도장길 243.
◇대구 명품관광코스=팔공산, 동화사, 북지장사길, 불로동 고분군은 모두 대구명품관광코스에 포함된 명소들이다. 대구시는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관광코스로 팔공산힐링코스, 모노레일 도심관광코스, 안동·경주와 연계된 광역관광코스 등 총 3개 코스와 그에 속한 세부 코스를 새로 개발했다.
특히 팔공산힐링코스는 팔공산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 연계된 총 4개의 코스로 구성된다. 동화사를 중심으로 한 1코스와 불로동고분군·도동측백나무숲·평광동사과마을로 구성된 2코스, 갓바위가 있는 3코스, 수태골과 팔공산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4코스 등이다. /글·사진(대구)=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