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지 입을지에 대해서까지 고민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정해야 할 것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색이나 푸른색 양복만 입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선택해야 할 상황을 최대한 줄여 중요한 국가 현안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통령뿐이겠는가. 정보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매 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강요받고,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매개로 수많은 정보와 지식 세상에 ‘로그인’ 돼 있는 인간은 당연히 ‘정보 처리의 병목 현상’을 경험하고 답을 내리지 못하는 이른바 결정 장애와 맞닥뜨린다.
신간 ‘온라인 소비자,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않는가’는 어떤 홈페이지·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선택 장애에 빠진 소비자를 사로잡고 만족도 높은 구매로 연결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최초의 가격 비교 쇼핑 웹사이트 ‘프라이스그래버닷컴’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지 않아 인기를 잃은’ 대표적인 예로 등장한다. 1999년 등장한 이 웹사이트는 오픈과 함께 고객 수백만 명을 끌어들였지만, 상품 개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 선택 가능성의 범위와 원하는 것을 찾는 인간 능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프라이스그래버는 주요 가격 비교 사이트에 데이터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는 있지만, 더는 소비자들에게 인기 사이트로 인정받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과학 용어 ‘부주의맹’(inattentive blindness)으로 설명된다. 두뇌로 쏟아지는 데이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인간의 처리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신경경제학자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기억력 테스트로 ‘인지적 부담’을 진 소비자들은 평소 취향과는 관계없이 쉽게 인식되는 음식을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 남은 주의력이 별로 없는 탓에 정말 원하는 게 아닌 단번에 인지 가능한 것을 선택한 것이다. 다다익선이 최고의 미덕은 아닌 셈이다. 아마존은 프라이스그래버닷컴과는 다른 전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도운 사례로 소개된다. 현재 아마존은 8,000종 이상의 커피 원두를 100개 이상의 브랜드로 판매하는데, 수많은 목록을 살펴보게 하는 대신 소비자의 과거 구매·검색 이력을 바탕으로 자동 생성되는 몇 개 카테고리를 먼저 보여준다. 또 이 선택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검색 과정을 단순화함과 동시에 고객의 기호에 최대한 맞춰진 결과를 얻어내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온·오프라인의 의사결정 차이와 디지털 시대 인간 행동의 특성, 소비자가 좋아하는 의사 결정의 알고리즘 등 비즈니스 전략을 풍성한 사례와 연구 결과로 쉽게 정리했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