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바일 기반 정보통신 비즈니스 플랫폼 행사인 2016 글로벌 모바일 비전 개최.’
영어와 한글이 뒤섞인 국적 불명의 문구는 사기업이 아닌 중앙행정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6일 진행한 행사의 보도자료 내용이다.
훈민정음 반포 570돌을 맞은 한글날을 앞두고 올바른 국어 사용에 앞장서야 할 중앙행정기관의 외래어 남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만이 아니라 해마다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7일 국립국어원이 44개 중앙행정기관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중앙행정기관 보도자료 가운데 외래어 지적 건수는 3배 이상 급증했다. 국어원의 외래어 지적 건수는 2014년 939건(보도자료 4,000건 대상)에서 2015년 1,390건(4,203건 대상)으로 늘었다가 올 들어 9월까지 2,704건(3,681건 대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시대와 한류 문화 확산을 위해 외국어와 외래어를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중앙부처에서 불필요하게 외래어를 남용하면 소통장애와 사회적 비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필요한 외래어 남발로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국어원의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분석’에 따르면 외래어와 한자 등 어려운 행정용어에 따른 손실비용이 연간 114억4,000만원에 이른다.
중앙행정기관이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 정부는 올바른 언어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국어기본법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령 3조에 따라 국어책임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어책임관의 권한은 올바른 문장의 장려, 기관과 국어 사용 환경 개선 시책 수립 등에 그칠 뿐 강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국어책임관의 수가 늘어났음에도 중앙행정기관의 외래어 사용이 급증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은 국어책임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에 따르면 국어책임관은 2014년 562명에서 2015년 659명, 2016년 739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박사는 “공공기관의 지나친 외래어 사용은 정부가 국민에게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현재 국어기본법에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정책명이나 사업명 등도 공문서의 범위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