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이하 BI)이 폐암치료제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의 기술 계약 취소 한 달 전에 이미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에 계약 취소가 사실상 예정됐던 셈이다. 8월에 기정사실화됐던 계약 취소가 왜 하필 호재성 공시 직후에 확정됐는지 등 추가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이 1년 넘게 올리타정의 부작용을 숨겼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미약품 파동’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국회는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본지 10월3일자 1·4면, 4일자 1·17면 참조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약품과 BI가 올리타정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8월23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임상시험 적정성·안전성을 관리하는 기관인 DMC(Data Monitoring Committee)에 “더 이상 새로운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지 않고 임상을 진행 중인 환자에게도 임상 진행 중단 사실을 알린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정의 위험성이 유익성보다 높다(unfavorable risk/benefit)고도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중단이 결정됐다면 기술이전을 받은 회사 입장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임상 중단 시점에 사실상 계약 해지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내부적으로도 8월부터 계약 해지를 확신하고 있었고 이 같은 내부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또 BI와의 최종 계약 해지는 한미약품이 제넨텍과의 기술 수출 계약을 발표한 이튿날 이뤄지는데 이 ‘우연한 발표 시점’에 대한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DMC에 보낸 서신에 대해 “임상 중단이 아닌 다음 임상 단계 계획을 수정·변경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한미약품이 올리타정의 부작용을 1년 넘게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한미약품의 지연 보고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어긴 것으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월 올리타정 임상시험 2상에서 중증 피부이상반응을 일으킨 환자가 나왔음에도 이를 올 9월에야 보고한 바 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늑장 보고에 대한 부분은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올리타정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기존에 알려진 3건보다 많은 29건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29건의 이상 반응은 앞서 보고한 3건의 부작용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어 이 대표를 오는 18일 금융부문 종합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하는 내용의 추가 출석요구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