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초혼> 굿이 된 시…근현대사 상처 보듬는 고은

■고은 지음, 창비 펴냄



‘제주 4·3 원혼 각위’와 ‘깡패 군부가 저지른 학살 만행으로 쓰러져간 광주 안팎 민주영령 신위’를 불러세운 시인의 음성은 ‘남녘 바다 세월호/ 꽃 같은 내 딸/ 잎 같은 내 남편/ 다 죽어도 아직껏 펄펄한 목숨 원한/ 어린 신위들’까지 어루만진다. ‘천년이나 서린 한의 혼령들을 불러들여/ 서러이 서러이 피울음을 바쳤으니/ 이름하여 초혼!넋 부르기 그 아니던가’.

매년 가을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 신작 ‘초혼’과 함께 동명의 새 시집을 내놓았다.


시인은 글로 굿을 한다. 말 그대로 초혼 굿이다. 그가 호명(呼名)하는 이름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다. 20년 넘게 30권짜리 연작시로 내놓은 그의 대표작 ‘만인보’에 5,600여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나 3년 전 내놓은 ‘무제 시편’ 등에 견주면 63쪽짜리(원고지 130장 분량) 장시는 ‘초혼’은 소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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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102편의 시가 수록됐다. ‘나는 8·15였다/나는 6·25였다/나는 4·19 가야산중이었다 … 나는 무엇이었다 무엇이었다 무엇이 아니었다//이제 나는 도로 0이다 피투성이 0의 앞과 0의 뒤 사이 여기’(‘자화상에 대하여’)처럼 고은의 시는 곧 이 땅의 역사다. 1만3,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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