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보이콧 해제’로 국정감사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각종 의혹을 둘러싼 핵심 증인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못한 채 여야가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 대안 제시는커녕 여야가 비방·폭로전에만 골몰하면서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국감이 왜 필요하나”라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정상화가 이뤄진 지 나흘째인 7일에도 여야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 최순실씨 딸의 대입 특혜 논란과 관련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전날 여당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최순실씨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총력 저지한 가운데 이날도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평행선만 그린 것이다.
여야의 정쟁 속에서 핵심 증인 채택이 불발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야권은 지난 5일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인사청탁 논란과 관련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핵심 당사자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대상 국감의 증인으로 선정됐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종적을 감추고 해외에 체류 중인 홍 전 회장이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위 종합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보도통제 의혹이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 개시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KBS에 대한 청와대의 보도통제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의 증인채택을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무분별한 증인 신청을 함으로써 오히려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면서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각 상임위마다 증인 채택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의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과 “정권 비호를 위한 여당의 과잉 대응”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작 피감 기관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안과 별 관련이 없는 여야의 기 싸움을 지켜보며 국감장에서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대안 없는 ‘보여주기 식’ 비판과 상대를 향한 비방만 난무하는 국감에 회의가 든다. 대부분의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간 마당에 행정 비효율만 극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