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제1원칙은 선택의 자유라 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원한다면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와 인재, 거래처 바이어까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그런 결정을 내릴 리 없다. 설사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사가 내려간다고 해도 직원들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은 본사 이전 비용에 허리가 휘고 직원들은 하루 수백㎞를 왕복하느라 녹초가 될 게 뻔하다. 이미 세종시와 혁신도시에서 경험한 실패를 어느 민간기업이 반복하려 할까.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강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다. 이런 그가 본사의 지방 이전 방안을 공약으로 꺼냈으니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정치의 특성상 다른 대선 주자가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경쟁하듯 쏟아낸 무상보육 공약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반발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대선 후보라는 사람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경영간섭까지 한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다. 야당의 대선 주자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현실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이다.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있는 것이지 누구를 겁박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정치가 기업의 영역을 넘보는 그 순간 우리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