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토끼굴'에 빠진 기업들에게 들려주는 33가지 위기탈출 해법

<래빗홀>■케이트 샌턴 지음, 영인미디어 펴냄



“느려터진 나라 같으니! 이 나라에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려야 하는 법이다.” 앨리스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뛰어도 뛰어도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붉은 여왕에게 자신의 나라에서는 아까 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 아주 빠르게 달리면 현재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자 붉은 여왕이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은 말이다. 이 장면은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기만 하려고 해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려야 하는 현실을 꼬집은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붉은 여왕 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이야기를 통해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토끼 굴을 탈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팁들을 30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또 친숙한 원작의 구절을 인용해 여러 기업들의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을 흥미롭게 해석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백과사전을 편찬했던 출판사 브리태니커가 소개된다. 저자는 브리태니커의 몰락을 ‘붉은 여왕 효과’로 설명한다. 브리태니커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CD-ROM 사전을 출시하고 온라인 백과사전을 내놓는 등 열심히 달렸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자체 백과사전 엔카르타를 출시했고, 이후 온라인 백과사전은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됐다. 브리태니커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경주에서 뛰고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붉은 여왕의 경주’에 실패한 브리태니커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어떻게 몰락했는지, 또 문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아마존의 유럽 진출이 어떤 난관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사전 테스트 결과를 무시한 뉴 코크의 참패로 코카콜라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했는지 등 ‘토끼 굴’에 빠진 여러 기업들의 경우를 비유를 섞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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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앨리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왕은 거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의 ‘토끼 굴’에 빠지는 여왕에게 공감능력이 있을 턱이 없다. 저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거만한 여왕이 안 좋은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고, 기업 전체를 넘어 경제 전반을 위기에 빠뜨린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은행업계에 만연한 거만함이 딱 적절한 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거만한 개인 그리고 조직은 비즈니스 안팎에 있는 많은 이들을 처참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거만함’이 불러올 수 있는 여파는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한다.

상상의 세계와 현실 비즈니스의 세계를 접목시킨 저자의 섬세한 관찰력이 빚어낸 이 책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더불어 미로처럼 출구를 찾기 어려운 비즈니스 세계에서 믿을 만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뿐 아니라 각 장마다 등장하는 ‘앨리스 이야기’의 명대사들은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순간 잊을 수 있는 목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그건 네가 어디를 가고 싶으냐에 달린 거지”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1만4,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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