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해적퇴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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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청나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정을’이라는 우두머리가 이끄는 해적집단이었다. 600척의 배와 연합세력 포함 15만명의 동원능력을 가졌던 이 세력은 한때 통행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르투갈 식민지인 마카오를 봉쇄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청 조정이 이들을 소탕하려 함대를 파견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패배뿐이었다. 군사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은 청은 결국 해적들에게 합법적 사업을 한다면 죄를 묻지 않는다는 사면장을 주는 유화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해적의 약탈·방화 등으로 피해를 본 백성들의 동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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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들이 해적 탓에 곤란을 겪었지만 모두 중국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해적 떼에 시달리던 고대 로마는 BC 67년 ‘해적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폼페이우스 대장군에게 전함 500척과 12만명의 군대를 부여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게 한 것. 이후 1년 만에 해적세력은 궤멸했고 지중해는 로마의 바다가 됐다. 영국 역시 아편전쟁 직후 중국으로 가던 무역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자 해군 함대를 그들의 본거지까지 보내 완전히 궤멸시켰고 2000년대 들어서는 프랑스가 자국 국민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자 군사작전으로 이들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했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의 모습이다.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폭력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흉기를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들이받아 뒤집히게 한 후 재차 확인 침몰까지 시켰다. 이 정도면 어선이 아니라 해적 떼고 명백한 살인행위다. 하지만 해경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허공에 대고 총을 쏘는 것뿐이었다니 한숨만 나온다. 국민안전처가 사건 발생 31시간이 넘도록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분노까지 치민다. 언제까지 국민 안전보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먼저 신경 써야 하는가. 국민 보호는 힘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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