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과 사회 발전에 최적의 계약관계를 추구하는 ‘계약이론’을 집대성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벵트 홀름스트룀(67)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오너 경영에 대해 “효율성과 책임성이 높다”면서도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직학의 대가인 홀름스트룀 교수는 이날 미국 보스턴 MIT 경영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업자나 오너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 기업의 효율과 책임 경영은 강화된다”며 “하지만 투명성이 확보돼야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모델’을 통해 양자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30여년간 계약이론을 발전시켜 주주가 대리인인 경영진과 최적의 계약을 체결할 방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핀란드 출신인 홀름스트룀 교수는 오너 경영의 대표 사례인 가족 경영에 대해 “경제발전 단계와 기업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하지만 기업이 최고경영자(CEO)를 친분에 따라 뽑거나 오너와 관련된 사람을 발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의 CEO 연봉이 너무 높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늘날 CEO의 보수 계약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내 견해”라고 밝혀 지나치게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노키아의 이사회 멤버로도 장기간 활약한 홀름스트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 등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해법을 묻자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며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갖추면 무역장벽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노키아 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진에 틈만 나면 “노키아의 ‘시크릿 코드(secret code·핵심자산)’는 무엇이냐”고 물어 1등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에 매진하도록 촉구했다.
홀름스트룀 교수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케임브리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국 출신인 하트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잘하고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하지만 미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자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은 제정신이고 한 사람은 정신이상”이라며 “제정신인 사람이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홀름스트룀 교수가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선전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일자리를 구하는 사례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강력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학자적으로 평이하게 분석한 것과 달리 하트 교수는 호불호를 분명히 드러내 대조를 보였다.
친구이자 동료인 두 사람은 노벨상 수상자에게 빠지지 않는 이날 새벽의 선정 통보 직전의 소감도 대조를 보였다. 하트 교수는 “솔직히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4시40분쯤에 깨어 있었다”면서 “하지만 발표 1시간 전까지 전화가 없어 올해는 안 됐구나 싶었는데 그 순간 전화가 와 정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비해 홀름스트룀 교수는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쇼핑 리스트에 둔 적도 없다”면서 “아직도 내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 진짜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보스턴=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