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세타Ⅱ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보증기간을 연장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미국산 엔진과 달리 국내 생산 엔진은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보증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내수 차별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켜 차량 품질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세타Ⅱ 2.4 GDi 및 2.0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엔진(숏 블록 어셈블리)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에서 10년 19만㎞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대상 차량은 세타Ⅱ 2.4 GDi 및 2.0 터보 GDi 엔진을 적용한 ‘쏘나타(YF)’ 6,169대를 비롯해 그랜저(HG) 13만5,952대, ‘K5(TF)’ 1만3,641대, ‘K7(VG)’ 6만2,517대, ‘스포티지(SL)’ 5,961대 등 총 22만4,240대다. 기존 보증기간이 끝나 유상으로 수리한 고객에 대해서는 수리비와 렌트비, 견인비를 전액 보상해준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세타Ⅱ GDi 엔진이 탑재된 2011~2012년형 쏘나타에 대해 리콜을 진행하고 2011~2014년형 쏘나타의 보증기간을 연장하기로 최근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의 한 직원이 최근 세타Ⅱ 엔진을 탑재한 2011~2012년형 쏘나타를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국내에서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내수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10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산 세타Ⅱ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차량에 대한 리콜이 현지 공장의 생산공정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라며 “국내 생산 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차량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리콜은 물론 보증기간 연장 등의 조치가 불필요함에도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해묵은 내수 차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싼타페 에어백 결함 등 품질과 관련된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의뢰해 세타Ⅱ 엔진 제작결함 조사에 착수했고 내수 차별 논란과 관련,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명해야 했다. 다른 사안이지만 국토부는 현대차가 지난해 7월 생산한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의 미전개 가능성을 알고도 숨겼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등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강조해온 ‘품질경영’에 흠집을 낼 만한 이슈가 동시에 불거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수 차별 논란이 품질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보증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거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품질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10년 10만마일 보증’을 실시해 고객 신뢰를 회복한 것을 연상하게 하는 조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로 인한 더 큰 타격을 막기 위해 출시 2개월 만에 사실상 단종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도 현대차의 보증기간 연장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