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4조 들였는데 '수주절벽'...'대우조선 비상플랜' 나오나

■고민 깊은 금융당국

올 수주 예상치 15% 불과

소난골 인도 지연 장기화땐

내년 4월 유동성 위기 직면

"마른수건 짜듯 자구노력해야"

정부 '추가 지원은 없다' 원칙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올해 신규 수주물량은 당초 예상치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4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데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만큼 신규 자금지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9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4월께 유동성 위기에 또다시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목표는 대우조선해양이 마른 수건을 짜내는 자구노력으로 2018년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신규 수주 측면에서 보면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당국은 도크를 추가로 감축하고 방산 부문을 매각해 중소형 조선사로 생존하게 하는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어가는 도크=신규 수주가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있지만 대우조선이 당장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짓고 있는 배만 따지고 보면 142척, 414억달러 규모로 300억달러 수준의 수주 잔량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여유가 있다. 문제는 신규 수주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새로 계약을 따낸 규모는 12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결정을 했던 당시 올해 수주 전망치 110억~120억달러의 10%, 지난 6월 자구안과 추가 지원안을 발표할 당시의 전망치 60억달러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의 유동성을 지원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업의 수주절벽이 어느 정도 지속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우리가 이를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에 맞춰 생존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므로 긴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난골 인도 지연 길어지면 4월에 또 유동성 위기=수주절벽은 앞으로의 일감이 없어진다는 점뿐 아니라 유동성 측면에서도 타격이다. 조선사는 수주 시점에 건조금액의 20%가량을 선수금으로 받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올해 말까지 총 30억달러 수준의 수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전제하더라도 당초 전망치보다 약 6,000억원가량의 유동성 부족은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수주 급감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기존 자구계획의 속도를 높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난골에 대한 드릴십 인도가 계속 지연되면 내년 4월께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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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규모 컨틴전시플랜 가동하나=6월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수주 급감 장기화(2016년 35억달러→2017년 45억달러, 2018년 55억달러) △해양플랜트 예정원가 10% 증가 및 지연배상금 증가 △드릴십 인도 지연 장기화 등이 조건이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는 도크 추가 감축 및 특수선 사업 부문 완전 매각 등으로 규모는 총 2조원 수준이다. 대우조선을 살리되 중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컨틴전시플랜 가동 여부는 내년 수주 상황과 유동성 흐름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수주 상황이나 유동성 측면을 보면 대우조선은 6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방안에서 밝힌 최악의 상황에 준하는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4월을 전후로 컨틴전시플랜이 현실화할 우려도 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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