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볼레크리에이티브’가 꿈꾸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의 모습이다. 회사는 첫 단계로 AI가 실제 사람처럼 말을 먼저 걸고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 ‘HER’ 속 인공지능이 구체적 실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볼레크리에이티브는 VR를 통해 구체적 생김새를 갖춘 AI가 사람처럼 말을 거는 셈이다.
서동일(사진)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지난 6일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모바일 비전’ 행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VR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게임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공유할 경우 일상생활의 모든 기기에서 AI 연인을 만날 수 있다”며 “2018년 해당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VR 기기 제작업체인 오큘러스의 공동 창업자로 오큘러스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설립된 오큘러스는 2년 후 20억달러(2조2,300억원)로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서 대표는 이후 AI, VR을 바탕으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오큘러스에서 나와 지난해 창업했다.
새로운 도전은 광고 마케팅 시장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의 가능성을 엿봤기에 가능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지난 2·4분기 광고 수익으로만 6~7조원을 기록했다”며 “글로벌 광고시장이 개인에 맞춤화된 광고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처럼 신뢰도 높은 개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광고 마케팅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방식은 AI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서 대표는 “관계가 일단 형성되면 사람은 당사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즐겨보는 영화 등 취향을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다만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물어본 질문에 AI가 대답하는 수동적인 구조에서 AI가 능동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음성을 인식해 능동적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AI 서비스와 다양한 연애 상황에 따른 게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등을 만드는 다른 회사와 플랫폼을 연계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는 다양한 스포츠 체감형 기기와 VR을 결합한 VR 아케이드용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VR을 활용해 마징가Z, 태권브이 등을 운전해 싸우는 식의 게임으로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온라인 게임의 정체로 어려움을 겪는 PC방이 VR방으로 탈바꿈하는 데 VR 콘텐츠가 많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 등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이 대만 휴대폰제조업체 HTC를 중심으로 각종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연합해 총 120억달러(13조4,000억원) 규모의 VR 투자펀드를 조성한 사례를 들며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VR 콘텐츠 개발에 나서라고만 할 게 아니라 투자부터 개발, 콘텐츠 유통(퍼블리싱) 등을 지원하도록 한국도 ‘VR 연합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