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슈퍼' 청년들에게 박수를

박창명 병무청장

박창명 병무청장박창명 병무청장


“법을 어기면서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한 것도 아니고 적법하게 4급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현역 입대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졸업 후 태권도 사범으로 도장을 운영할 계획인데 제자들에게 좀 더 떳떳하고 싶어서 치료를 받고 현역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최병훈(19)씨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병으로 입영하지 않아도 되는 4급 판정을 받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갖고 있지만 심한 난시가 이유였다. 군대 가지 않아도 된다며 ‘축하’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최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유독 자신만, 그것도 신체적 결함 때문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던 어머니와 함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정밀검진 결과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얻었으나 이번에는 비용이 문제였다. 수술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시력을 되찾을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수술비가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자원입대희망자를 대상으로 시력 교정을 위한 무료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지역의 한 안과로부터 라섹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정상 시력을 회복한 최씨는 조만간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현역병 입대를 준비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시행에 들어간 ‘슈퍼 굳건이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이는 최씨만이 아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과체중, 체중 미달 등의 이유로 현역병 입대를 할 수 없는 입영 대상자들 중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치료 또는 체중 조절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 병원과 개인 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증진센터 등 다양한 기관들이 무료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지만 청년들의 호응이 높고 참여하고자 하는 민간 의료기관도 늘고 있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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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법 또는 탈법에 의존해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공동체의 단합을 저해하고 균열을 초래하는 행위일뿐더러 무엇보다 군 생활을 통해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씨처럼 신체적인 부족함을 극복하고 주어진 책무를 기꺼이 감당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제도적인 지원 없이도 스스로 질병을 치유하거나 학력을 보충해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로마가 단기간에 세계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투철한 병역이행이었다. 시민들은 주어진 병역을 이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귀족들 역시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선 덕에 제국은 하루가 다르게 융성해갔다.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통해 나라 지키기에 앞장서고자 하는 자랑스러운 청년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유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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