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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세계 10대 컬렉터' 부디 텍 "한국 정신 오롯이 간직한 단색화, 세계서 통할 것"

서구 영향 없이 독자영역 확보

3년 전부터 주변인들에 극찬

박서보·정상화 등 작품 끌려

이우환 '드라이 가든'도 애호

‘세계 10대 컬렉터’로 꼽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컬렉터 부디 텍 유즈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세계 10대 컬렉터’로 꼽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컬렉터 부디 텍 유즈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언젠가 한국미술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면 그 주인공은 ‘단색화’가 될 것이라고 이미 3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단색화야말로 서구의 영향과 상관없이 오롯이 한국의 정신을 가진 한국적인 미술이거든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세계 10대 컬렉터’ 부디 텍(중국명 余德耀) 유즈재단 설립자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미술, 특히 1970년대 성행한 단색조 회화인 ‘단색화’를 극찬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자 축산가공업 재벌인 그는 세계 최대 판매부수의 미국 미술잡지 ‘아트+옥션’이 선정한 ‘세계 10대 미술컬렉터’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2011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매년 선정하는 ‘200대 컬렉터’에는 2012년부터 5년째 빠지지 않았다. 아트뉴스의 200대 컬렉터에 오른 한국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부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뿐이다.

출현만으로도 미술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슈퍼컬렉터’가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서울 한남동 인터파크씨어터 내 네모에서 열리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의 갤러리 쇼케이스였다. 걷기 편한 파란색 운동화에 간편한 갈색 재킷을 걸친 소박한 외모는 화려한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중국미술가 장샤오강의 ‘창세편’을 62억원에 구입하고도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실제로 작가 이름은 생각지 않은 채 작품 그 자체에 집중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대나무 설치작품(도예가 이승희)이 마음에 들더군요. 동양적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공간구성이 컨템퍼러리아트(동시대미술)를 선보이기에 좋네요. 한국미술을 더 탐색하고 싶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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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텍은 자신의 미술품 수집 철학에 대해 “중국 역사는 5,000년이 넘지만 동시대미술은 1980년대를 전후로 시작돼 경제성장과 함께 지난 10~15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전했기에 나는 그 현대미술에 참여하고 보존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유명 작가의 대형 ‘뮤지엄 피스(미술관 소장용 작품)’뿐 아니라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가치가 아니라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세계 미술계에 대한 기여, 미술사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도 덧붙였다.

‘세계 10대 컬렉터’로 꼽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컬렉터 부디 텍 유즈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세계 10대 컬렉터’로 꼽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컬렉터 부디 텍 유즈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유즈미술관은 2~3년 전부터 준비한 대규모 단색화 기획전을 내년에 개최할 예정이다. 단색화의 매력에 대해 부디 텍 회장은 “3년 전 처음 접한 박서보·정상화 등의 작품에 매료됐고 이우환의 ‘드라이 가든’ 등은 더 오래 애호했다”면서 “중국의 대표적 철학인 유교·도교·불교사상 중에서 단색화는 특히 도교와 맞닿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내면에 대한 관심이 강조됐는데 이런 점은 중국 현대미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하기에 중국의 입장에서나 아시아의 시각에서, 나아가 세계 미술사적 관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수집한 것은 2004년부터이며 10년 남짓한 기간에 수집한 작품 수는 1,500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3일에 1점꼴로 산 셈이다. 2006년 자카르타에 유즈미술관을 열었고 2014년에 상하이 웨스트번드 인근의 옛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9,011m 규모로 두 번째 유즈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는 “뮤지엄의 어원은 ‘생각하는 집’이다. 관람객이 찾아와 문화와 철학 전반을 생각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며 “토지를 무상제공한 정부 지원과 기업의 스폰서십이 결합한 미술관 운영 형태는 중국에서 처음 시도된 것인데 사립미술관 건립이 붐을 이루는 상하이에서 새로운 흐름을 이루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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