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출하량이 12년 연속 감소하며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와 비가 잦았던 지난 여름 날씨 등이 꼽히고 있다. 또한 기성 맥주 대신 수제 맥주나 칵테일, 싱글몰트 위스키 등이 인기를 얻으며 소비성향 변화가 일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5대(아사히·기린·산토리·삿포로·오리온) 맥주 회사가 발표한 발포주 등을 포함한 맥주류의 1~9월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 줄어든 3억293만 상자(1상자 큰 병 20병)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맥주가 1.5% 줄어든 1억5,158만 상자, 발포주(맥아 비율 67% 미만의 맥주류)는 6.3% 감소한 4,247만 상자였다. 제3맥주(일반맥주 및 발포주와 다른 맥주맛 알코올음료)는 1.1% 줄어든 1억888만 상자로 맥주류가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역성장했다.
통상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는 여름이지만 올해 7~9월 맥주 출하량은 3.0%나 줄어들었다. 맥주 회사들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 등에서 긴 장마를 겪었고 태풍에 의한 폭우가 내려 맥주 소비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궂은 날씨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음식점용 출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3년 이상 이어진 엔저 기조가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엔고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의 절약 성향이 확산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신문은 전통적인 맥주류의 출하량이 줄어든 반면에 칵테일과 수제맥주 등의 출하량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소비자의 맥주 떠나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양한 맛이나 향을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맥주(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수제 맥주)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수제 맥주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 5년간 관련 시장이 4배 정도 커졌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 온 맥주 대기업들은 크래프트 맥주 시장 진출 노력이나 해외 시장 공략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시장 1·2위 업체인 아사히와 기린은 각각 영국과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를 인수하거나 자본제휴를 하는 방식으로 제품 다양화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이들은 SAB밀러가 쥐고 있던 동유럽 5개국의 맥주 시장, 베트남 국영기업이었던 사이공·하노이 지분 등을 손에 넣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