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시카고대 경제학자인 스티븐 데이비스가 새로 개발한 전세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지표가 최근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높아져 경제회복에 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금융위기 때보다도 현저히 커진 것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이 한꺼번에 정치적 갈등으로 각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데이비스 교수는 “세계 경제의 3대 중심권이 고유의 문제들로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은 정치 성향에 따른 유권자들의 분열 양상이 깊어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에 난민 문제와 독일·프랑스 극우세력 득세 등 정치적 혼돈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또한 시진핑 주석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반대세력 숙청에 이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인이나 극우 정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정책 불확실성은 경제의 부정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별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한편 자본지출과 수요 창출을 위축시켜 잠재 성장률을 깎아 먹고 있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지적했다.
한편 WSJ는 이날 미국 학계와 기업·금융회사의 경제학자 59명을 상대로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조사한 결과 60%가 차기 미 대통령의 임기 4년 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 6월 이후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면서 88개월 동안 확장세를 보여온 미 경기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경제학자들은 특정인의 대통령 선출 때문이 아닌 미 경제가 역사적으로 10년 넘게 계속 성장세를 보인 적이 없어 경기 사이클상 모멘텀이 소진되거나 외부 충격 및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09년 이후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2.1% 정도로 낮게 유지돼 경기 침체 대신 저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