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예멘 내전, 美-이란 대리전 되나

美, 반군 레이더기지 3곳 공격에

이란은 구축함 파견 '무력시위'

3년째 이어진 예멘 내전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예멘 연안해상에 주둔하던 미군 구축함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예멘 시아파 후티반군의 레이더 기지 3곳을 초토화하자 이란은 예멘 인근 아델만에 구축함 2척을 파견해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포린폴리시 등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이란 타스님통신을 인용해 이란이 미 해군선박들이 활동하고 있는 예멘 인근 아덴만에 이날 전함 2척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공식적인 명분은 “해적으로부터 자국 상선을 보호한다”는 것이지만 통신은 “아덴만으로의 이란 전함 진출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예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직접개입 결정과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함 배치가 앞서 예멘 후티반군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군이 홍해 연안의 반군 레이더 기지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미사일 공격이 ‘자위(self-defense)’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예멘 내전에서 미국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지난 9일과 12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해상에서 초계활동을 벌이던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메이슨과 상륙수송함 폰스가 후티반군으로부터 대함미사일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이뤄졌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후티반군 레이더 기지 파괴가 “우리 국민과 선박에 대한 직접적 위협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이것이) 예멘에서의 분쟁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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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티 반군이 3월부터 예멘 내전에 본격 개입한 사우디의 배후로 미국을 의심해온 가운데 미 해군이 이번 공격으로 사실상 예멘 전쟁에 직접 발을 담금에 따라 예멘 내전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후티반군 지도부는 앞서 미 해군함정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예멘 영토를 조준한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여기에 수니파 사우디와 적대관계인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미국을 견제하는 무력시위에 나섬에 따라 예멘 내전은 ‘사우디 대 시아파 후티반군’에서 ‘미국 대 이란’의 대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예멘 내전은 2014년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과 손잡은 시아파 후티반군 세력이 그해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발발해 지난해 3월 이란을 저지하려는 사우디가 축출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한 공습에 나서면서 격화됐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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