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손잡고 1,000억달러(약 113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IT 투자 확대를 노리는 소프트뱅크의 야심과 ‘탈석유’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사우디의 목표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칭)’ 설립안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소프트뱅크와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이 각각 250억달러, 450억달러를 출자하고 나머지 300억달러는 외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은 라지브 미쓰라 소프트뱅크 전략투자 부문장이 담당하며 본사는 영국 런던에 꾸려진다.
이 펀드는 세계 IT 업계의 큰 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00억달러는 미국 전체 벤처 기업이 2년 반 동안 투자 받은 금액과 맞먹는 규모이며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지난 5년간 확보한 600억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이 스타트업인지, 혹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이미 성장궤도에 오른 기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펀드는 앞으로 10년간 IT 분야에서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 등 유력 IT 기업에 투자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소프트뱅크는 지난 7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을 240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4월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탈석유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우디도 주요 투자처로 IT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PIF의 자산 규모를 현행 1,600억달러에서 2조달러로 늘려 투자처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의 종잣돈 역할을 할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달러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부채가 펀드 설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책정한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인 ‘Ba1’이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인수하면서 1조엔(약 10조8,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최소 3,500억엔의 후순위채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어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