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반대를 명분으로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20일째로 접어들며 역대 최장기간 파업기록(23일)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하는 등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불법파업세력과의 연대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파업 20일째인 이날 전체 열차운행률은 평시의 94.3% 수준에 머물고 있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상시대로 100% 운행하고 수도권 전철은 1,679대에서 1,666대로 줄어 운행률 99.2%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마을호는 52대에서 30대로, 무궁화호는 263대에서 165대로 줄어 운행률은 각각 57.7%, 62.7%에 그치고 있다. 화물열차는 평시의 121대에서 118대로 줄어 97.5%의 운행률을 기록 중이다.
수도권 전철 운행률과 화물열차 운행률이 90%대 후반으로 높은 것은 이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평일인 지난 14일 수도권 전철 운행률은 90.6%로 떨어지고 특히 화물차 운행률은 평시의 절반 정도인 55.6%를 기록한 바 있다.
코레일 안팎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이 기관사 등 핵심인력인데다 파업 참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 역대 최장기간 파업기록(23일)을 세웠던 2013년을 뛰어넘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은 참가 노조원 7,372명 가운데 열차 운행의 핵심인력인 기관사와 여객전문, 열차 정비·점검을 수행하는 차량 분야 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복귀자도 적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6시 현재 파업참가율은 40.2%(1만8,358명 중 7,372명)로 파업 초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복귀율은 4.93%(364명)에 불과하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가 ‘수서발 고속철 민영화’에 반대하며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였을 당시에는 파업 16일 차 복귀율이 13%(1,147명)로 지금의 3배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공백을 막기 위해 투입되는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져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2013년에도 코레일이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재학생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80대 승객이 사망하는 등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당분간 KTX 운행률을 100% 유지할 방침이다. 파업 공백을 막기 위해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기간제 직원 1,000명을 공모한 데 이어 사무영업·기관사·차량정비 등에 2,000명을 추가로 선발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이 더욱 장기화할 경우 국민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운행률을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철도노조와의 합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철도노조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안전이 볼모로 잡혀 있는 만큼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만약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책임 있는 제3자가 조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다만 문제의 쟁점을 비켜 가면 안 되고 기득권 문제와 노동시장 개혁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