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37년의 유통 노하우를 중국에 수출한다. 근 10년간 전사적 역량을 모아 굳게 닫혔던 중국 유통시장의 문을
줄기차게 두드린 결과물로, 이번 기회를 통해 백화점 등 롯데의 대중국 사업 전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기업 중신그룹(中信·CITIC GROUP)과 합작 리테일 운영회사 ‘중신타이푸낙천기업관리유한공사(가칭)’의 설립 기념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이 합작사를 통해 롯데백화점은 현재 중신그룹이 운영 중인 상하이 ‘타이푸광장’ 쇼핑몰을 내년 상반기부터 대신 경영한다. 또 2017~2019년 추가로 상하이에 짓는 중신그룹 3개 쇼핑몰의 운영권도 차례로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번 제휴가 주목을 끄는 것은 부동산 개발부터 투자까지 합작했던 2008년의 첫 베이징 투자방식과는 달리 운영에 대한 합작사를 설립해 투자 위험도를 줄였다는 점이다. 즉 부동산개발 리스크와 인허가 부담 등을 안고 현지에 직접 투자해 수년간 수익을 기다리는 사업 모델과 달리 합작·위탁 운영을 통해 중국에서 ‘곧바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신그룹은 자산이 980조원에 달하는 중국 내 17위 기업으로 금융서비스·에너지·부동산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 60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50여 개의 백화점, 80여 개의 쇼핑몰이 난립한 상하이에서 쇼핑몰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5월 롯데백화점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08년부터 3년간 베트남 호치민시 다이아몬드플라자를 성공적으로 위탁 운영한데다 중국 유통시장의 둔화 속에서도 중국 내 5개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이 28% 늘어난 점 등에 중신그룹이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 진출로 중국 사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면세점·마트 등 현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위탁 운영을 계기로 상하이 쇼핑몰에 국내 브랜드를 활발하게 소개해 국내 기업과 한류 콘텐츠 등의 해외 진출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중국 현지에서 인기 많은 한국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유명 식음료 브랜드의 쇼핑몰 입점도 추진한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는 기념식에서 “중국 경제의 중심인 상하이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면 향후 중국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 유통 1위 롯데의 37년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롯데의 좋은 이미지를 심고 국내 우수기업의 판로 개척도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