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자식의 은혜

유안진 作





너, 몇 살이지? 15살요


엄마께서는요? 저도 15살이에요

농담도 잘 하시네요

아뇨, 저는 얘를 낳고 엄마로 태어났거든요

얘 아빠도 그렇대요


그렇지, 부모는 자식이 낳아 키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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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이 걸리지만 부모로 키워주지

서로를 낳아 키우지

닭과 달걀처럼

말과 침묵처럼

밤과 낮처럼

손자 덕에 할머니로 태어나 자라는 나도.

저런, 엄마와 자식이 동갑이구나!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이 닭을 낳는 것은 일찍이 알았지만, 자식이 부모를 낳는 건 왜 몰랐을까? 서로가 서로를 낳으니 해와 달처럼, 남과 여처럼 서로 빚지고 서로 갚는 시간의 둥근 고리가 평등하구나. 부모 자식만 그럴까? 스승은 제자를 낳고, 제자는 스승을 낳고, 선배는 후배를, 후배는 선배를,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낳으니 인생길 모두가 초행이구나. 누구도 젠체할 것 없이, 굴신할 것 없이 함께 어깨 겯고 발걸음 가볍게 가도 되겠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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