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심층분석] 한국형 원자력잠수함 가능할까?...美 동의부터 받아야

새누리 "적극 확보" 밝혔지만

국방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미 원자력협정이 걸림돌

저농축우라늄 교체도 난제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범 사례로 제시되는 프랑스의 루비급 잠수함. 농축도 20% 이하의 재처리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약 7년 마다 연료를 교체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범 사례로 제시되는 프랑스의 루비급 잠수함. 농축도 20% 이하의 재처리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약 7년 마다 연료를 교체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원자력잠수함 확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18일 당정협의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를 적극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정부의 입장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자력 동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당론은 아니더라도 정책목표로 삼았다. 새누리당의 이런 입장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위협에 대응할 전력으로 보유하자는 데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여부다. 당장 국방부부터 확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기술적 측면과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국방부의 내심은 원잠 보유는 반겨야 할 일이나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원잠 보유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18일 말했다. 군사적으로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췄지만 군사·외교적으로 난제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미국이 걸린다. 한국과 미국은 2년 전 한미 원자력협정을 맺어 한국이 20% 미만의 농축우라늄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길’을 열었다. 원잠이 평화적 목적인지 확인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자칫 일본의 원잠 보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걱정이다. 일본이 원잠을 보유해 미국의 입김이 약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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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미 원자력협정은 상업 용도만 규정했을 뿐 군사적 목적은 명시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다. 설령 미국이 한국의 저농도 재처리 우라늄의 처리, 즉 원자력잠수함의 연료 사용을 눈감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순도 20% 미만의 원자력 발전 부산물(플루토늄)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자력잠수함은 순도 90% 이상을 연료로 사용해 진수 후 약 30년 이상 연료 교체 없이 작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순도 20% 미만인 연료는 7~10년에 한 번은 연료 교체를 위해 잠수함을 잘라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프랑스의 루비급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이 이에 해당한다. 경제적 효율성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조하더라도 성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원잠 보유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면서도 ‘농축도가 20% 미만이면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규정한 각종 원자력 사용 제한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원론일 뿐이다.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갖게 되면 동북아 군사력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은 물론 일본과 대만 등도 원잠 확보에 나서는 등 군비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국방부 당국자의 언급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원잠 건조는 한국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원잠 개발이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원잠 추진이 성사된다면 다른 함의도 있다. 한국의 독자적인 원자력 이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무장론이 더욱 탄력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원잠 보유를 꺼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우리로서는 미래를 좌우할 중대 변수인 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태도와 한국 정치권의 여론 수렴 과정이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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