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외국인투자가 '썰물'...빨간불 켜진 日증시

올들어 6조엔 이탈 '사상최대'

자사주 매입·BOJ 돈풀기에

주가지수는 '불안한 안정세'

일본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엑소더스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의 일본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엔을 훌쩍 넘어섰다. 주가지수는 지수연동형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책과 사상 최대치에 달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안정된 흐름을 보이지만 인위적인 주가 떠받치기가 초래한 시장왜곡과 투자자 불신으로 시장은 어느 때보다 취약해진 상태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엔화가치 상승과 ‘아베노믹스’에 실망한 글로벌 투자가들이 일본증시에서 등을 돌리며 올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난 1987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의 일본 주식 순매도액은 6조1,870억엔(약 66조8,000억원)으로 1987년의 4조1,047억엔을 크게 앞지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와 같은 매도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이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지수는 앞서 BOJ가 경기부양을 위해 ETF 매입을 늘린데다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는 덕에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월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은 총 4조3,5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늘어난 규모다. 100조엔이 넘는 유보금을 쌓아둔 상장사들이 투자보다 주주 환원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7월 BOJ가 ETF 매입 규모를 종전의 3조3,000억엔에서 6조엔으로 늘린 것도 주가지수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장중 1만7,000을 넘어섰다가 전 거래일보다 0.21% 오른 1만6,998.91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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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활발한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BOJ와 상장사들이 간신히 떠받치는 증시가 투자자들의 불신과 시장 왜곡을 낳고 있다며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주가가 경제와 기업 실적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펀더멘털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바질 단 주식영업본부장은 “정확한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중장기 해외투자가들이 일본 주식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업들이 신주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일본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올 1~9월 신주 발행에 의한 자금조달(공모증자와 전환사채 합계)은 4년 만의 최저 수준인 7,200억엔에 그쳤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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